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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세계엔 늘 ‘마타하리 후예들’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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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하이 스캔들’은 미인을 이용해 기밀을 빼냈다는 점에서 스파이 사건의 의혹이 있어 보인다. 미녀 스파이는 고급 정보를 가진 남성에게 접근하기 쉽고 의심을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첩보전의 단골 무기로 활용돼 왔다. 미인계는 손자의 손자병법에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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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녀 스파이의 대명사로는 네덜란드 출신의 독일 스파이 마타하리(말레이어로 ‘새벽의 눈동자’라는 뜻)를 들 수 있다. 본명은 마그레타 젤러.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 물랭루주의 댄서로 사교계에서 명성을 날리며 프랑스 군부와 정계 고위층으로부터 정보를 빼내 독일에 넘겼다. 프랑스 정부는 1917년 그를 체포해 반역죄로 총살했다. 그가 프랑스와 독일을 오간 이중 스파이라는 설도 있다.

 일본에는 ‘동양의 마타하리’로 불리는 가와시마 요시코가 있다. 청나라 황족 출신으로 여섯 살 때인 1912년 일본에 양녀로 보내진 뒤 일본 간첩으로 활동하며 만주에 일본 괴뢰 정권인 만주국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1948년 중화민국 정부에 의해 반역죄로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미모의 러시아 스파이 안나 채프먼이 화제였다. 스물여덟 살의 이혼녀인 채프먼은 온라인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면서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미모로 뉴욕의 고급 클럽과 레스토랑을 드나들며 사교계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미국 정부 관리들과 사업가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러시아에 넘기다 체포돼 지난해 러시아로 추방됐다.

 한국에선 일제시대 이화여전을 졸업한 미모의 인텔리 여성 김수임이 대표적이다. 그는 해방 뒤 미 8군사령부 헌병대장 존 베어드 대령과 동거하면서 독일 유학 출신 공산주의자로 북한 초대 외교부장을 지냈던 애인 이강국에게 미군 정보를 넘겼다. 1950년 체포돼 총살됐으나 2008년 이강국이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다는 기록이 발견돼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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