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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혁신의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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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지훈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교수

지금 미국 벤처업계와 IT관련 미디어들은 텍사스주에서 열리는 한 행사로 떠들썩하다.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1이다. 1987년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25주년을 맞게 된다. 처음에는 음악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워너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음반사가 후원해왔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과 같이 일반 아마추어들이 실력을 겨뤄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 생겼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SXSW가 신인 뮤지션들이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였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우리나라 대중문화도 SXSW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경우가 있다.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가 필름 부문 최고 화제작이 되면서 단숨에 국제적인 스타 감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당시 호평을 바탕으로 2007년에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SXSW를 일종의 미국 영화제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날 SXSW는 혁신이 탄생하는 곳으로 다시 자리 잡고 있다. 음악을 넘어 영화와 멀티미디어로 발전하더니 1999년부터는 인터랙티브 부문이 신설되면서 이곳을 통해 수많은 신규 벤처 회사가 자신들의 서비스와 제품을 소개했다. 이를 자연스럽게 축제에 연결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계기로 만들게 되었다.

 이곳을 통해 대중적인 데뷔를 하고 전 세계적인 서비스를 하게 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셜 미디어 대표주자로 항상 언급되는 트위터다. 트위터는 2007년 SXSW 행사장에 대형 전광판을 이용해 SXSW 축제를 현장 중계했다. 축제에 몰려든 사람들이 이를 보고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트윗도 올리고, 서로를 팔로했다. 이 기간 동안 올라온 단문메시지가 무려 2만 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 현상이 세계적인 IT관련 전문 블로그와 주류 언론매체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성공의 불꽃을 점화하게 된다. 이런 열기를 바탕으로 트위터는 SXSW 2007 인터랙티브 부문의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2009년에는 포스퀘어가 등장했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GPS 등의 위치를 인식하는 센서를 활용해 앞으로 가장 대표적인 모바일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기반 서비스의 선두주자다. 닷지볼이라는 서비스를 개발해 인기를 끌다가 구글에 인수돼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은 데니스 크로울리가 개발한 서비스다. 구글이 이 서비스를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다른 서비스들에 밀려 빛을 잃어가는 것을 목도한 그가 구글과의 관계를 끊고 독자적인 서비스로 다시 준비를 해서 2009년 3월 11일 SXSW 2009 인터랙티브 부문에 소개하게 된다. 아이폰으로 가능한 간단한 체크-인, 그리고 다양한 배지를 획득할 수 있고, 독특한 게임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 서비스는 순식간에 축제에 참여한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 이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서비스로 성장한다.

 SXSW와 같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마련되고, 이것이 다시 미디어와 일반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면 새로운 벤처와 혁신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국의 IT 업계는 이와 유사한 행사를 많이 계획하게 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가을에 열리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메이커페어 등이다.

 이와 같이 혁신은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가들이 실제로 자신의 열정을 불살라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공개적인 공간에 내놓고, 그러한 아이디어가 그 자리 참석자들은 물론 각종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면서 불꽃과도 같이 확산될 수 있다. 과거 방식으로 돈만 투자한다거나, 사람들을 많이 고용한다고 해서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화를 일으킬 수 있는 멋진 행사들이 필요하다. 기업 내부에서도 이와 같은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혁신문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SXSW와 같은 국제 행사에 능력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될 때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국내 벤처기업들의 성공사례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정지훈 관동대 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