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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바다거북의 GPS 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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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지난달 26일 러시아 국방부는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GLOSS) 구축을 위한 23번째 위성을 무사히 궤도에 쏘아올렸다. 미국이 군용으로 배치해 민간에도 서비스 중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러시아판이다. 러시아는 올해 중 24개의 위성과 2개의 예비위성을 모두 갖출 예정이다. 유럽연합도 같은 기능을 가진 민간용 갈릴레오 위성 30개를 2014년까지 쏘아올릴 예정이니 위치 확인에 쏟는 인류의 관심을 알 만하다.

 굳이 위성을 발사하지 않고도 GPS급 능력을 발휘하는 동물이 지구상에 적지 않다. 그 대표 주자는 붉은바다거북이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곧바로 먼 바다로 향한 뒤 몇 년간 대양을 헤집고 다니는 회유 경로를 거친 뒤 자신이 태어난 모래밭이나 인근 해변으로 되돌아온다. 어떻게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가로지르며 몇 년간 떠돌아다니다 출발지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생물학계의 오랜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그 해답을 제시하는 논문이 지난달 24일 미국 과학저널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에 온라인으로 사전 공개됐다. 제목은 ‘바다거북의 경도 지각과 이차원 좌표 자기 지도(Longitude Perception and Bicoordinate Magnetic Maps in Sea Turtles)’. 붉은바다거북이 지자기(地磁氣)를 이용해 위도뿐 아니라 경도까지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자기란 지구 내부에서 발생해 지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자기장.

 실험은 붉은바다거북 새끼들을 수조에 집어넣고 탐지장비를 부착한 뒤 자기장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기장은 이들 거북의 회유 경로상에 있는 두 지점의 그것을 각각 그대로 복제했다. 두 지점은 위도는 동일하되 위치는 서로 대서양의 반대편에 있어 경도가 다르다. 실험 결과 새끼 거북들은 해당 자기장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에 갔을 때와 동일한 방향으로 각각 헤엄을 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회유 경로상의 각 지점들은 지자기의 강도, 그리고 자력선이 지표면과 만나는 각도의 조합이 각기 다르다”면서 “거북은 두 정보를 X, Y 좌표처럼 이용해 위도뿐 아니라 경도까지 파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를 자기위치확인시스템 즉, MPS(magnetic positioning system)로 명명하고 “GPS 이용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경우 대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