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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만 보이던 강남역 사거리 … S라인 건물로 분위기를 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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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GT 타워는 동서양 디자이너의 만남과 협업으로 완성됐다. 자신들이 설계한 GT 타워 앞에 선 네덜란드 건축가 피터카운베르흐(사진 오른쪽·아키텍튼콘솔트)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종호(디자인스튜디오)씨. 카운베르흐는 프랑스·영국에서도 작업했으며, 김씨 역시 베트남·마카우·일본 등 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오종택 기자]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디자인을 내세운 건물들의 자존심 경쟁이 거세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설계사무소 콘 페더슨 폭스(KPF)사가 설계한 ‘서초삼성사옥(삼성타운)’,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축가 조민석(45·매스스터디즈 대표)씨가 설계한 ‘오피스텔 부띠크 모나코’의 새 이웃으로 이른바 ‘S라인 건물’이라 불리는 빌딩이 들어섰다. 10일 준공된 ‘GT 타워(Garak Tower)’다.

 GT 타워가 눈길을 끄는 것은 물결이 출렁이는 듯이 곡선을 살린 독특한 외관 때문이다. 한국 도자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GT 타워에서 이 건물의 설계를 맡은 네덜란드 건축가 피터 카운베르흐(Peter Cowenbergh·54)와 한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종호(47·디자인스튜디오 대표)씨를 만났다. “2007년 설계 초기부터 한국적 미(美)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것인가 머리를 맞댔다”는 이들은 “건물의 독특한 모양은 목적이 아니라 한국적 디자인은 무엇인가 고민한 결과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키워드는 ‘즐거운 건물(joyful building)’=준공을 며칠 앞두고 카운베르흐는 한 한국인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왜 곡선으로 하게 됐냐’는 질문이 담겨 있었다. “목표는 곡선이냐 아니냐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자리에 최고의 빌딩을 짓느냐였죠. 디자인의 시작은 분석이죠. 설계 의뢰를 받고 제일 먼저 한 게 한국, 강남 도심이 어떤 곳인지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이었어요.” 강남 사거리라는 장소, 색다르면서도 의미 있는 건물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 한국의 전통 등을 염두에 두었는데 한국 도자기에서 본 곡선이 머리에 맴돌았다고 했다. “주변 환경이 너무 세고 차가워 보였어요. 모두 직선이고 남성적이고요. 부드럽고,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건물을 보여주고 싶었죠.” 카운베르흐의 말이다. 곡선은 그렇게 찾아낸 답안이었다.

GT 타워의 지하 2층 내부 모습. 대담한 곡선과 조명이 눈에 띈다. 건축가의 의도와 호흡을 맞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S라인은 어려워?=GT 타워는 지하 8층, 지상 24층 규모로 높이가 130m, 연면적이 5만4583㎡이다. 사면의 경사각이 모두 다른 게 큰 특징이다. 카운베르흐씨는 “프레임의 축에 변화만 주면 된다. 단순한 디자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 국내에서는 이처럼 큰 규모로 곡면빌딩을 시공한 적이 없어 공사현장에서는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외벽의 알루미늄과 유리의 모양을 제각각 주문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여기에 쓰인 알루미늄 프레임이 8000 여 개, 모양이 모두 다른 유리가 2300종(총 1만2000장 사용)이다. 이를 위해 수천가지의 다양한 모양을 재단할 수 있는 정밀기계를 도입했다. 선례없는 디자인때문에 국내 건설사의 시공 노하우가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디자인에 자존심 걸었다=내부 디자인을 맡은 김종호씨는 다른 방법으로 카운베르흐의 곡선예찬에 화답했다. “전통적인 곡선미를 살리더라도 그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는 한옥이나 마당, 도자기 등이 지닌 멋을 자연과의 조화, 기품과 여유로움 등으로 풀이했죠.“ “ 레스토랑과 상점 등이 들어설 지하 2층에서부터 지상 3층의 벽과 천장엔 그가 그린 곡선이 너울거린다. 벽면을 3중으로 입체 조각하기도 하고, 층에 따라 대담한 조명의 효과로 발랄함을 더하기도 했다. 로비의 안내데스크와 우편함, 여성 화장실의 세면대도 김씨의 작품이다. 개수대를 물결 형상으로 표현한 세면대는 틀을 만든 뒤 조각품을 만들듯이 하나씩 찍어냈다. 이들은 빌딩의 외관 뿐만 아니라 건물 앞에 조성한 깊은 마당과 같은 광장(‘sunken plaza’), 줄무늬 패턴의 로비 바닥, 다양한 석재의 조화, 푸른 색 유리 등 디테일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GT 타워의 본래 이름은 ‘GT 타워 동관’”이라며 “이 건물의 서쪽 부지 약 4000㎡(1200평)에 또하나의 ‘S라인 건물’ 이 세워진다. 설계는 다 마쳤다”고 귀띔했다.

바깥에선 GT 타워를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신기하다” “우아하다”는 블로거들도 있지만, “현란하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지 의문이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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