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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컨슈머 리포트] 고물가 시대에 즐길 수 있는 2만원대 프랑스 와인도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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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프랑스 와인은 ‘비싸다’는 이미지가 있다. 역사는 종주국인 이탈리아보다 짧지만 꾸준한 품질 개선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서 고급 와인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해서다. 프랑스의 자랑인 ‘샤토 무통 로칠드’ 등 5대 샤토의 와인들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프랑스 와인이라고 해서 다 비싼 것은 아니다.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SOPEXA) 정석영 소장은 “프랑스 와인은 고가의 명품 와인이라 마시기 쉽지 않다는 편견이 있다”며 “국내에 유통되는 2만원대 프랑스 와인이 80종을 훌쩍 넘으니 이 중에서 잘만 고르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수기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와인나라아카데미에선 제3회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음행사가 열렸다. 평가 대상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24개 수입사의 2만원대 프랑스 와인 86종. 이 중 레드 와인이 61종으로 가장 많았고, 화이트 와인(23종), 로제 와인(2종)이 그 뒤를 이었다. 평가 결과에선 이변이 속출했다. 프랑스 정부가 최상위로 꼽는 AOC(원산지통제명칭와인·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급의 와인들 대신 세 번째 등급인 VdP(지역등급와인·Vin De Pays)급의 와인들이 대거 순위에 들었다.

 레스토랑 베스파의 강희주 소믈리에는 “프랑스 정부가 정한 AOC 4개 등급이 와인을 고를 때 늘 정답은 아니다”며 “3·4등급 와인 중에서도 와이너리에 따라 가격 대비 경쟁력이 있는 와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유명 산지인 보르도·부르고뉴 와인 외에도 크트 뒤 론· 랑그독·루시옹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와인나라 이철형 대표는 “프랑스 와인은 지역·품종·가격대별로 와인이 다양하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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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와인이 좋은 점수 얻었나=종합평가 1위인 ‘라 시부아즈 레드’는 과일 열매와 매콤한 후추향의 조화가 특징이다. 탄닌이 그리 강하지 않아 마시기 편한 것도 장점. 가격 대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론 지역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엠 샤푸티에가 만들었다. 이 와이너리는 자연 친화적인 포도재배와 양조 기술 개발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로 라벨에 점자 표기를 한 곳이다. ‘라 시부아즈 레드’는 AOC 등급의 와인이다. 퀸스 파크의 윤달선 매니저는 “탄닌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데다 단맛이 살짝 있어서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은 물론 와인 초보자도 좋아할 만하다”고 평했다.

 2위부터 9위까지는 VdP급의 와인이 차지했다. 2위인 ‘폴 발몽 루즈’는 과일과 감초 등의 복합적인 향이 난다. 불고기·스테이크 같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 이 와인을 생산한 도멘 폴 마스 와이너리는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이 주무기다.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의 황지미 소믈리에는 “바닐라향과 오크향이 강하게 느껴지며, 3~5년 정도 보관 숙성한 뒤 마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위는 ‘비앤지 리저브 피노 누아’다. 비앤지는 프랑스 내 와인 수출량 1위를 기록하는 곳이다. 현재 전 세계 130여 개국에 와인을 수출 중이다. 백종선 소믈리에는 “무게감은 약하지만, 과일 열매 향과 맛이 강한 만큼 여성들이 가볍게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의 ‘비앤지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은 5위를 차지했다. 4위는 ‘프티 비스트로 시라’다. 입안을 살짝 조이는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탄닌과 산도가 매력적이다. 특히 매운 맛의 한식과 잘 어울린다. 6위와 7위는 화이트 와인인 ‘장 발몽 샤르도네’와 ‘라로쉬 비오니에’가 각각 차지했다. 송형규 소믈리에는 “6위인 장 발몽 샤르도네는 과일의 단맛과 적당한 산도, 그리고 이어지는 여운까지 좋은 와인”이라고 평했다. 7위인 라로쉬 비오니에는 파인애플 향과 열대과일 향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맛으로 와인 초보자들에게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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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일반인 입맛 달라=1, 2회 때와 마찬가지로 와인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가 선호하는 와인은 극명하게 갈렸다. 애호가는 잘 알려진 대형 생산자가 만든 와인을 좋아하고, 전문가는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해 소량 생산하는 와인에 좋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뚜렷했다.

 전체 1위를 차지한 ‘라 시부아즈’는 전문가 평가에서 85.30점을 얻어 18위를 차지했지만, 애호가 평가에서 압도적인 1위(88.22점)를 차지해 종합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반면 종합 2위인 폴 발몽은 애호가 순위에서는 84.30점으로 11위에 그쳤지만 전문가 평가에서 높은 점수(87.15점·2위)를 차지해 2위가 됐다. 종합 3위인 비앤지 리저브 피노 누아는 전문가 평가 7위, 애호가 평가 10위를 차지해 양쪽 모두에서 고르게 점수를 얻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와인 초보자에게 적당한 와인’을 시음자 투표로 뽑았다. ‘비앤지 리저브 피노 누아’가 와인 초보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에 꼽혔다. 이어 로제 와인인 카스텔 로제와 아뇨 로제, 장 발몽 샤르도네(화이트)와 프티 비스트로 시라(레드) 등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탄닌이 강하지 않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산지 범위 구체적일수록 고급

프랑스 와인 등급 구별법

국내에서 프랑스 와인의 위상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의 1위 수입국’이 그것이다. 원동력은 프랑스 특유의 원산지 관련 규제인 ‘원산지 통제 명칭(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제도다. 프랑스 정부가 알코올 함량·포도품종·재배방법 등 와인양조 기준을 직접 관리해 제품 수준을 높이기 위해 1939년 만들었다.

 이 제도에 따라 프랑스 전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AOC(원산지 통제 명칭 와인)·VDQS(우수 품질 제한 와인·Vin Delimites de Qualite Superieure), VdP(지역 등급 와인·Vin de Pays), VdT(테이블 와인·Vin de Table)의 4등급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원산지의 범위가 좁고 구체적일수록 더 뛰어난 품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정된다. 메독 지방에서 생산된 최고 등급의 포도주라면 ‘아펠라시옹 메독 콩트롤레(Appellation Medoc Controlee)’로 표기된다.

 주요 생산지로는 알자스(Alsace), 루아르(Loire),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론(Rhone), 샹파뉴(Champagne) 등이 꼽힌다. 이 중 보르도·부르고뉴·샹파뉴는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3대 명산지다. 지역별로 와인의 제조 방식은 물론 병과 잔의 모양도 다르다. 보르도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포도와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을 블렌딩해 색깔이 진하고 향이 강하다. 타닌이 비교적 많이 느껴진다. 스테이크 같은 육류나 소스가 진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부르고뉴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 한 가지 품종으로만 만든다. 색과 향이 부드럽고 타닌도 적다. 이 지역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 등 단일 품종으로 만들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샹파뉴 와인은 흔히 샴페인을 가리킨다.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피노 므니에 등으로 만든다. 프랑스는 오직 샹파뉴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만 샹파뉴(샴페인)란 명칭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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