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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출수 누출 지역 수돗물 먹어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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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책 마련에 앞서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의 위험성에 대해 Q&A로 정리했다.

-구제역 침출수 왜 문제인가.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한 달 이상 한파가 계속되는 바람에 현장에서는 가축 매몰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취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돼지를 생매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침출수 차단을 위해 매몰지 바닥에 비닐을 깔도록 돼 있으나 가축들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찢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주변 토양·지하수·하천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경사가 심한 곳에 위치한 매몰지는 해빙기나 폭우 때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정부에서는 빗물이 매몰지로 스며들지 않도록 매몰지 둘레에 도랑을 파고 옹벽을 쌓아 붕괴 위험을 줄일 계획이다. 또 하천변에 위치한 매몰지는 차단벽(차수벽)을 설치할 예정이다. 차단벽은 강철판을 땅속에 잇대어 박아 철벽을 쌓는 방법과 콘크리트를 부어넣는 그라우팅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매몰지의 바이러스와 세균은 위험한가.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매몰되면 며칠 내 사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몰지 속에서는 생석회와 물이 반응하면서 열이 나고 강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이다. 침출수에서도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고 있다. 반면 세균 중에서도 포자를 생성해 높은 온도에서도 살아남는 클로스트리듐·바실루스 균은 매몰지에서 자주 관찰된다. 파상풍·탄저병·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있을 수 있다. 침출수로 오염된 지하수에서 이들 세균이 검출될 수도 있다.”

-매몰지 옆 지하수는 위험한가.

 “지하수는 땅속 수맥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매몰지와 거리가 가깝다고 곧바로 오염되는 것은 아니다. 매몰지 몇 m 이내에 위치한 지하수 관정의 물도 깨끗할 수 있다. 하지만 매몰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지하수는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지하수는 한 번 오염되면 깨끗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수돗물 오염 가능성은 없나.

 “지하수나 계곡물을 간단히 소독해 마시는 농어촌 간이상수도의 경우 침출수로 오염됐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매몰지가 붕괴되거나 침출수가 누출될 경우에도 시·군이 운영하는 정수장에서 만드는 수돗물은 문제가 없다. 정수장에서는 응집·침전·여과 과정을 거치면서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특히 소독과정에서 미생물이 99.99% 제거된다.”

-침출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침출수는 가축 사체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가축 사체의 70%는 물이다. 이 물과 함께 지방·단백질 등이 함께 녹아 나온다. 초기 침출수는 비교적 끈적끈적한 상태다. 미생물들이 자라면서 사체의 단백질·지방을 분해하면 침출수는 덜 끈적끈적해진다. 매몰지 내부에 침출수가 차오르면 누출되기도 쉽고 매몰지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뽑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침출수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으로 따져 10만ppm에 이를 정도로 오염도가 높다. 일반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오폐수의 오염도가 150~250ppm, 가축 분뇨처리장의 가축분뇨 오염도도 1만3000~1만4000ppm 정도다. 이 때문에 침출수를 축산폐수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려면 오염도가 높아 작업이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처리방법이다.”

-침출수를 톱밥과 섞어 소각하는 방안도 제시됐는데.

 “젖은 쓰레기를 태울 경우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 발생이 우려되고 경유 등 보조연료도 많이 들어간다. 퇴비나 액체비료 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 저장 탱크 내에서 오랜 기간 충분히 썩혀야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도움말 주신 분=이근화(제주대 의대)·조영근(경성대 생물학과)·이동훈(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류재근(충주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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