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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입맛에 맞춰 텃밭 계획 세워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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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일구는 도시농부가 늘었다. 하지만 무작정 덤벼들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텃밭 가꾸기에도 계획이 필요하다. 철따라 심을 채소를 선택하고, 가족 수와 텃밭 크기에 따라 재배할 채소 양도 정해야 한다. 가족이 함께 수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텃밭 계획’이다.

어른들에게는 입맛 돋우고 건강 챙기는 채소

“직접 재배한 채소는 믿을 수 있고 맛도 좋죠.” 박칠성(68·서초구 방배동)씨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박씨 가족은 아내와 딸 부부까지 모두 4명이다. 어른들만 있는 집이다 보니 밥상에 올릴 채소를 주로 키운다.

“봄에는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상추가 밥도둑”이라는 박씨는 “여름에는 비타민이 풍부한 풋고추를 따서 된장에 찍어 먹는다”고 말했다. 가을에는 아욱을 뜯어다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아욱된장국을 끓인다.

채소의 효능을 알아두면 텃밭 계획은 더 알차진다. 양배추나 무는 채내 독소를 없애고 위궤양과 위염을 예방한다. 적색 채소는 암과 노화, 치매를 예방하는데 가지와 흑토마토, 검은콩 등이 그것이다. 쑥갓과 샐러리는 섬유소가 풍부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쑥과 미나리는 이뇨와 해독을 돕는다.

그중 미나리는 손쉽게 기를 수 있는 봄철 채소다. 미나리는 밑동을 잘라 심는데, 수확한 미나리 밑동을 잘 살려뒀다 다시 심으면 두세 차례 더 수확이 가능하다. 식생활 소통연구가인 안은금주씨는 “미나리는 비타민과 단백질·철분·칼슘·칼륨의 무기질이 풍부하고 간을 해독하는 작용이 있어 술을 자주 먹는 사람에게도 좋다”며 “미나리 생즙이나 미나리 해장국”을 추천했다.

아이들에게는 가꾸기 쉽고 자주 수확하는 채소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미니토마토처럼 아이들이 잘 먹는 채소를 기르는 것이 좋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산업연구과 서명훈 팀장은 “미니토마토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흥미로워 아이들이 키우기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남쪽 방향으로 심으면 열매가 잘 열리고 색깔이 빨갛다.

가꾸기 쉬운 채소를 심으면 아이들도 함께할 수 있다. 감자와 고구마는 각각 씨감자와 순을 심은 후 1~2회 정도 김매기를 하는것 외에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인 데다 호미로 캐내는 수확의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단, 감자는 싹이 5cm가량 올라온 씨감자를 땅속 깊이 심어야 감자가 잘 달린다. 고구마는 서리에 약하므로 4월 하순이나 5월 상순에 심고 다른 채소보다 거름을 적게 주고 웃거름을 주지 않아야 잘 자란다.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자주 수확 할 수 있는 채소를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추는 매주 수확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모종을 심은 후 2주 정도 지난 후 첫 수확을 하며 이후부터 1주일 간격으로 거둬들인다. 상추쌈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직접 기른것은 잘 먹는다. 씨를 뿌린 지 40~50일 정도면 수확하는 쑥갓도 아이들이 기르기에 적합하다.

가족 1명당 1평, 반 평엔 1작물 적당

지금은 능숙하게 텃밭을 일구는 박씨도 첫 해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땅은 좁은데 아욱·쑥갓·열무 등 여러 씨앗을 한번에 뿌렸더니 콩나물처럼 싹이 올라와 솎아내느라 애먹었어요.” 윗순을 수확해야 하는 쑥갓의 아래 잎을 따다 쑥갓 꽃밭을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농사 경험이 없어서였다.

텃밭을 가꿀 때는 ‘적기(適期)’를 놓치면 안된다. 김매기를 게을리 하면 텃밭이 금세 풀밭이 돼버려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비올 때 고랑을 파주지 않으면 물이 고여 농사를 망친다.

텃밭의 규모를 키우거나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텃밭 가꾸기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1~2주만 관리하지 않아도 작물이 말라죽을 수 있다. 서팀장은 “주말농장은 가족 1인당 1평을 기준으로 2~3인 가족은 2평 내외, 4~5인 가족은 4~5평이 알맞다”며 “한 작물당 재배 면적은 반 평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가족 수보다 텃밭의 규모가 크다면 콩이나 고구마·감자처럼 품이 적게 드는 작물을 기른다. 텃밭의 주요 목적이 가족을 위한 건강 식탁 차리기인 만큼 유기화학 농약은 피한다.

[사진설명] 가족 구성원에 따라 주말 텃밭 계획은 달라진다. 어른들에겐 건강을 챙겨주는 채소가, 아이들에겐 기르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채소가 적당하다.

<이세라·송정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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