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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73% “수능 바꿔도 사교육 안 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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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교사와 대학 관계자, 학생·학부모는 올 새 학기에 고1이 되는 학생이 치르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개편돼도 사교육이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교육 정책에는 교육 현장에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8월 난이도에 따라 수능 국어·영어·수학 시험을 A, B형으로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 2014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공개했다. 이어 지난달 최종 개편안을 발표한 이주호 장관은 “학교 수업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수능이 되도록 하겠다”며 사교육 절감을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21일 교과부가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에게 제출한 수능 개편안 설문조사 보고서(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용역, 1만3091명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2.7%가 수능을 개편해도 ‘사교육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8.1%에 불과했다. 연구원 등 교육 전문가(71.3%)와 대학 입학처장(59.9%)의 경우도 ‘감소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조효완(은광여고 교사) 공동대표는 “사교육비가 많은 이유는 국어·영어·수학 때문인데 수능을 세 과목 위주로 치르겠다고 해놓고 사교육 절감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사교육비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줄 것이라는 응답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특히 사교육 영향을 많이 받는 과학고(66.2%)와 외국어고(56%), 일반고(50.4%) 학생들이 전문계고(26.2%) 학생들보다 사교육 감소 효과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중3 자녀를 둔 최경주(여·44)씨는 “단순히 수능을 쉽게 낸다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을 부모가 있겠느냐”며 “국·영·수 비중이 커져 세 과목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다음 달 외고에 진학하는 김모양은 “경쟁이 치열해 학원에 다니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험 부담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학생(37.8%)과 입학처장(43.8%)만 ‘감소한다’고 응답했다. 교사(60.7%)와 전문가(52.5%), 학부모(29.8%)는 ‘부담이 줄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대교협은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수능 개편만으로는 사교육 경감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지속적이고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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