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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서울시, 6300곳에 설치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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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1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 버스정류장.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온 이안승(39·학원강사)씨가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스마트폰의 버스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으로 기다리는 버스가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버스 앱을 이용하면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며 “버스 시간을 척척 알려주니 그야말로 ‘완소(완전히 소중한) 앱’”이라고 말했다. 10분 후 백화점에서 나온 이씨는 곧바로 143번을 탔다.

 하지만 정류장 고유번호와 나란히 표시돼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QR코드는 찬밥 신세다. 올해 초 서울시는 3500만원을 들여 시내 버스정류장(마을버스 제외) 6300여 곳에 QR코드를 부착했다.

서울 남대문 YTN 앞 버스정류장에 버스 도착 정보를 알려주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드물다. 부착된 위치도 정류장마다 다르다. [김형수 기자]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스캔)하면 버스 앱과 마찬가지로 버스 도착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번엔 기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써봤다. QR코드 앞에서 리더기를 실행한 지 15초 후(기기나 정류장에 따라 조금씩 다름) 버스도착 정보가 떴다. ‘143번 8분, 151번 5분’ 등 분 단위로 도착 시간을 알려줬다.

이번엔 25만 명이 내려받은 ‘서울버스 앱’을 실행하고 버스정류장 고유번호 02-140(롯데백화점 앞 정류장)을 입력했다. 10초 후 실시간 버스 정보가 떴다. QR코드와 달리 143번 7분 33초, 151번 4분 44초’ 등 초 단위로 안내를 했다.

 기능도 버스 앱보다 떨어지고 눈에 잘 띄지 않다 보니 사용자는 하루 4800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버스 앱은 하루 평균 7만3000여 명이 이용한다. 하루 9만6000여 명이 접속하는 인터넷 버스 안내 사이트와 비교할 때도 차이가 크다.

대학원생 황명아(28·여)씨는 “정류장 아래쪽에 붙어 있어서 QR코드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사람이 많을 때는 비집고 들어가 찍기도 민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어린이대공원·상암월드컵경기장·청계천·광화문광장 등에도 QR코드를 활용해 해당 시설을 소개하고 지역 정보를 안내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분별하게 QR코드를 부착하는 것은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중식 교수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에겐 소외감을 주고 스마트폰 이용자에겐 그리 대단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며 “홍보·부착·개발비가 모두 시민이 낸 세금인 만큼 효율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QR코드 이용이 저조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 뉴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 권수민 담당은 “QR코드로 제공하는 정보를 보다 차별화하고 최대한 비용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QR코드=빠른 응답이란 뜻인 ‘Quick Response’의 줄임말로 바코드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 무늬의 2차원 코드다. 스마트폰에서 QR코드를 읽을 수 있는 리더기를 내려받아 실행하면 카메라 화면이 뜬다. 화면 중앙의 사각형 창에 QR코드를 가져가면 자동으로 인식이 되고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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