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흑갈색 침출수 뽑아 올리자 악취 진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21일 오전 11시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배양1리 축산농장. 큼지막한 축사는 텅 비어 있었다. 대신 축사 옆에는 올 1월 17일 돼지 2363마리를 묻은 구제역 매몰지가 조성돼 있었다. 어미 돼지 4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자 가로 25m, 폭 5m, 깊이 6m의 구덩이에 돼지를 묻었다. 매몰지 옆에는 10여㎝ 깊이의 배수로가 사방으로 설치돼 있다. 매몰지 주변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이날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를 뽑아 올린 뒤 정화 과정을 거쳐 하수처리했다. 이 같은 구제역 침출수 처리 시도는 전국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이 매몰지에 돼지를 묻은 후 1개월이 지나면서 다량의 침출수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판단, 이런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이곳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 한강 취수장으로부터 10㎞ 떨어져 있다.


 “침출수를 끌어올립니다.”

 경기도 서상교 축산과장의 지시가 떨어지자 직원들이 양수기를 이용해 6m 아래에 있는 지하 저류조에서 침출수를 끌어올렸다. 지하 저류조는 4t 용량과 10t 용량의 두 곳이다. 두 저류조에는 침출수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몇 초 만에 가축의 핏물과 사체가 부패하면서 생겨난 액체가 뒤섞인 침출수가 올라왔다. 흑갈색의 침출수는 악취가 심했다.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조영무(환경학 박사) 전문위원이 침출수의 수소이온농도(pH)를 측정했다. pH 6.3으로 나왔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pH 5~10에서 생존한다. 바이러스를 죽이려면 pH를 5 밑으로 떨어뜨리거나 1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 폐수 처리도 가능하다. pH를 5 이하로 낮추기 위해 침출수에다 구연산 15L를 섞었다. pH가 10 이상이 되도록 하려면 수산화나트륨 을 섞어 강알칼리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날은 구연산을 썼다.

 이후 pH가 4.5 이하로 낮아지자 침출수 2.5t을 뽑아내 차량에 실린 밀폐형 탱크에 옮겼다. 이 차량에서는 살모넬라균 등 병원성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염소 소독이 이뤄졌다.

 이후 침출수는 매몰지로부터 4㎞가량 떨어진 남양주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는 가축분뇨 100t, 일반 분뇨 85t 등 하루 185t을 처리할 수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활성슬러지공법을 통해 침출수를 1차로 정화할 예정이다. 기간은 5~6일 걸린다. 이어 침출수를 하수처리장으로 옮겨 같은 방법으로 2차 정화처리할 방침이다. 이때도 2~3일 걸린다. 총 7~9일 정도 정화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세균과 대장균 등을 사멸시키기 위한 자외선 소독을 한 뒤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수치를 확인하게 된다. BOD가 5ppm 이하가 되면 3급 하천수 수준이 돼 하천으로 배출할 수 있다.

 조영무 전문위원은 “1개월이 지난 가축 매몰지에서는 부패가 생기고, 소석회 성분이 침출수와 반응하면서 내부의 온도가 섭씨 80도 이상까지 높아져 바이러스가 죽어 안전하지만 구제역 바이러스를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 이런 정화방법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