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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농사 짓고 밤에 팔러 다니는 농민 … 농협이 역할 제대로 해야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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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장태평(62·사진)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은 “신용과 경제 부문이 분리되고 나면 농협 경제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12월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현재 농협법 개정안의 골격을 다듬었다. 그는 “농협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건 지나치게 비대했던 신용사업 규모 때문이었다”며 “앞으로 농업 기술개발 및 유통·판매에 주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경 분리 법안을 낼 때 많은 갈등이 있었을 텐데.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분리가 필요하다는 큰 맥락에 찬성했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떤 효과가 예상되나.

 “농협의 경제사업이 굉장히 활성화될 수 있다. 농협의 경제사업이란 게 산지의 공동 출하, 공동구매 같은 것이다. 기존엔 신용 사업 중심의 조직이었다. 수익이 이쪽에서 다 나니까 신용사업에만 신경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제는 경제사업이 떨어져 나가서 독자적인 사업을 하게 되는 거다.”

-최근 손질된 법에선 농산물 유통·판매와 관련된 책무를 강조하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기능이다. 농민들은 농사짓는 데만 집중해야 하는데, 농협이 이 일을 제대로 못하니까 농산물을 출하하고 유통하는 것까지 일일이 다 챙겨야 한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인터넷으로 그거 파는 농민도 많다. 얼마나 힘드냐. 생산한 농산물을 언제든 제 값 받고 판매할 수 있으면 농민은 아무 걱정이 없는 거다.”

-조세 특례 등의 쟁점이 아직 남아 있는데.

 “지나친 특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농협은 순수 민간 단체다. 정부 기관이 아니란 거다. 농민 교육·지원 같은 농협의 고유 목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면 안 된다. 하지만 증권사·비료회사 같은 주식회사가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세금은 내야 한다.”

-농협 개혁을 추진할 때 이상적으로 생각한 외국 농협 모델이 있었나.

 “우리 농협은 금융사업이 굉장히 큰 독특한 구조였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농협이 경제사업에 집중하게 되면 뉴질랜드 키위 조합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뉴질랜드 키위 협동조합은 공동 생산관리·출하·마케팅 등으로 조합원들에게 회비를 최대 20%까지도 받는다. 우리는 이미 확보한 수익구조가 있어 이렇게까지 회비를 거두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다. 최근 농협이 주도해 성공한 케이멜론이 대표적 사례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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