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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패=수읽기+형세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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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원성진 9단 ●·박정환 9단

제10보(111~117)=패를 ‘요물’이라 부르는 것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몰고 오는 탓이다. 벼랑 끝 승부를 즐기는 현대 바둑은 패가 지천이다. 그만큼 바둑이 요사스러워진 것일까. 그건 아니다. 패는 기세와 배짱이 충돌한 결과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수읽기+형세 판단’의 집합체다. 바둑판 위를 횡행하는 감정과 이성의 혼합체가 바로 패다. 패가 많아진 것은 현대의 강자들이 바둑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방증이 된다.

 흑의 다음 팻감이 초미의 관심일 때 박정환 9단의 손은 111로 향했다. 백은 물론 받을 수 없다. 이곳은 한번 받기 시작하면 팻감이 몇 개 더 나오는데 백엔 팻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112 빵 때리고 흑도 113으로 귀를 잡았다.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할 아리송한 절충이다. 한데 흑이 만약 ‘참고도’ 흑1로 곧장 단수하는 팻감을 썼다면 어찌 될까. 이때는 백도 눈감고 받는다. 자체로 큰 이득인 데다 더 이상의 팻감이 없으므로 일단 챙긴다. 그 다음 좌상귀는 포기하고 4, 6으로 채산을 맞춘다.

 115에 116으로 잡아 변화는 끝났고(115로 116에 잇는 것은 A로 공격당해 무리다) 이제 두 기사는 부지런히 계산서를 뽑고 있다. 117이 놓이자 우상 백은 거의 사망 상태. 그러나 어느 선에서 버리느냐.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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