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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점포, 절반은 3년 못 버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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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퇴직자 김모(50)씨는 지난해 여름 서울 강동구의 닭갈비집을 끝내 접어야 했다.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업 1년반 만이었다. 2008년 말 개업한 이 가게에는 점포임대료와 시설비 등을 포함해 1억원의 창업비용이 들어갔다.

 2007년 퇴직한 그는 앞서 생맥줏집을 열었다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지금 김씨는 또다시 다른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 창업이 안 되면 일자리라도 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씨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시장 트렌드를 잘 읽어서 거기에 맞는 아이템을 찾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당부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지난해에만 82만 명의 소상공인이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며 “목표 고객을 명확하게 잡고 있지 않으면 수익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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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을 접은 것은 김씨뿐이 아니다. 신규 사업체의 절반은 3년을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사업체의 1년 생존율은 70% 안팎이었고, 2년 생존율은 약 55%, 3년 생존율은 45% 안팎에 그쳤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은 22일 이런 내용의 ‘2004~2009년 사업체 생멸(생성·소멸)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기간 신설된 사업체는 연평균 59만5336개, 휴·폐업한 곳은 57만7501개로 연평균 117만2837개가 새로 생겨나거나 문을 닫았다. 2005년 이후 신규 및 휴·폐업 사업체 수가 소폭 감소했지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1만1634개 순감)을 빼고는 신설 업체가 휴·폐업 업체보다 많았다.

사업체 순증가 규모는 연평균 1만7835개였다. 전체 사업체는 2004년 319만2336개에서 2009년 329만3295개로 늘었다.

 연평균 신규업체 가운데 도소매업(25.2%)과 숙박·음식업(20.9%)의 비중은 46%였다. 휴·폐업 사업체 중 도소매업(26.8%)과 숙박·음식업(22.1%)의 비중은 49%였다. 새로 생기거나 문 닫는 업체의 절반 정도는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업인 셈이다. 많이 망하지만 새로운 창업자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상헌 소장은 “자영업을 대표하는 이런 업종에는 너도나도 쉽게 뛰어들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생업체가 휴·폐업 없이 존속하는 기간인 생존율은 높지 않았다. 1년 생존율이 평균 70%, 2년이 55%, 3년이 45% 안팎이었다. 신생업체의 절반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주로 공공성이 높은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 행정(1년 생존율 91.1%, 3년 78.4%, 5년 72.1%),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88%, 74.2%, 60.7%)의 생존율이 높았다. 반면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 서비스업(61.5%, 33.9%, 23.3%),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서비스업(65.2%, 37.1%, 26.1%), 건설업(69.8%, 40.9%, 27.8%)은 평균 생존율보다 낮았다.

 지역별로는 7개 광역·특별시와 경기 지역의 신생업체 생존율(70% 안팎, 45% 안팎, 30% 초·중반)이 그 밖의 지역보다 5~10%포인트 더 낮았다. 5년까지의 생존율은 서울(30.4%)이 가장 낮았고, 제주(43.2%)가 제일 높았다.

 사업체가 명멸했지만 연평균 고용은 29만1322명 늘었다. 2004~2009년의 모든 해에 신규 사업체 종사자 수(연평균 216만9219명)가 휴·폐업 업체 종사자 수(187만7897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규 사업체당 종사자(3.64명)는 휴·폐업 업체당 종사자(3.25명)보다 많았다.

서경호 기자

숫자로 보는 사업체의 생성·소멸 (2004~2009년)

117만2837개 : 연평균 신설 또는 휴·폐업 업체 수

1만7835 개 : 연평균 순증가되는 사업체 수

3.64 명 : 신규 사업체당 종사자 수

12만4299 개 : 숙박 및 음식점업 신규 사업체 수

12만7443 개 : 숙박 및 음식점업 휴·폐업 사업체 수

자료:통계청 통계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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