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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미드 한 편 200만 달러 드는데…한국 드라마 참 대단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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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2010년까지 시즌 6까지 이어지며 엄청난 시청률과 수상 기록을 세운 미국 ABC 방송의 드라마 ‘로스트(Lost)’. 특히 한국인 부부 권선화(김윤진)와 권진수(대니얼 대 김)가 등장하고, 한국어 대사가 나오기도 해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시즌 1부터 등장인물로 한국인 부부가 나오긴 했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이들의 비중은 갈수록 커져갔다.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뒤에 한인 작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김(한국명 수진). 2006년부터 ‘로스트’ 작가 팀에 합류, 2시즌 동안 6번의 에피소드를 쓴 그는 극에 한국의 맛을 덧입히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로스트’ 이후 미국 드라마계가 ‘눈독 들이는’ 작가가 된 그는 현재 CBS에서 인기 방영 중인 ‘NCIS:LA’의 작가 겸 프로듀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LA중앙일보 유이나 기자 yena@koreadaily.com

●‘NCIS: LA’에서는 프로듀서로도 참여하시지요.

 “글쎄요, ‘로스트’로 인정을 받았는지 그 이후론 대본과 프로듀싱 역을 제의받고 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정말 하는 일이 많습니다. 작가로 대본을 쓰는 것은 물론 프로듀서로 전반적인 제작에 거의 다 참여한다고 할 수 있어요. 배역 선정에서부터 배우들의 의상, 메이크업, 특별 효과, 로케이션에 예산 배정까지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일을 하고 있지요.”

●어떤 드라마죠?

 “NCIS라 불리는 ‘해군범죄수사대’(Naval Criminal Investigation Service)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지요. LA를 배경으로 NCIS의 특수요원들이 단순 살인 사건에서부터 테러, 국제 스파이, 마약 범죄에 이르기까지 국가 안보에 연루된 모든 범죄를 다루는 수사물인데 크리스 오도넬, LL 쿨 J 등 할리우드 스타가 많이 출연해 시청률이 아주 좋습니다. 한국에서도 방영된다고 들었는데 시청률이 높았으면 좋겠군요.”

●로스트 이후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나요?

 “미국 엔터테인먼트계가 한국이란 주제에 큰 관심을 가진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 미국인들에게 동양 하면 여전히 중국과 일본이죠. 하지만 ‘로스트’ 이후 확실하게 한국과 한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대본으로 김윤진씨가 한국어로 말하는 에피소드가 나간 뒤 한인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어요. 이제야 미국 드라마에서 한국인을 제대로 다루는 것을 보게 됐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이지요. 저 역시 큰 보람을 느꼈지요.”

●한국어 대사가 나온 건 크리스티나 덕분이겠죠.

 “한국어 대사를 극에 넣거나 한국식으로 선을 보는 장면 등이 등장하게 된 것은 한인 작가가 스태프로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본을 쓸 때 특별히 한국 문화나 한국어 대화, 혹은 한국 풍습을 그려야 할 때는 늘 부모님, 특히 엄마에게 전화해 묻곤 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그녀의 어머니 김미미씨는 수필가로 얼마 전 『미시간 호숫가에 핀 계수나무』라는 수필집을 냈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일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 아홉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서울외국인학교에 다녔거든요. 그때 경험이 이번 극을 쓰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 드라마 많이 보시나요?

 “기회 닿는 대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어요. 특히 부모님이 추천하는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봅니다. 정말 잘 만들더군요. 스토리도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요. 극의 흐름도 아주 훌륭해요. 미국의 경우 드라마는 평균 에피소드당 200만~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씁니다. 대부분 그렇지요. 한국은 그것에 훨씬 못 미치는 정도의 제작비로 이런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보면 한국인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JMnet이 TV 방송에 진출하게 됐어요.

 “지난해 말 뉴스를 보고 매우 기뻤습니다. 동양방송 때부터의 오랜 경험이 있으니 곧 탄탄한 방송으로 성장할 거라 믿습니다. 저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jTBC와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제 남편 역시 한국 영화계나 방송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도 한국 TV 방송과의 협력사업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그녀의 남편 크레이그 로젠버그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한국의 ‘장화 홍련’의 리메이크 각색작업을 했다).”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쓰고 싶으십니까?

 “저는 모든 장르에 관심이 있습니다. 스릴러, 사이언스픽션, 범죄, 정치물 모두 욕심이 가고요. 그중에서 특별히 로맨틱 코미디를 쓰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많이 쓰고, 많이 봐야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드라마를 봤습니다. 요즘도 저희 부부는 일주일에 거의 영화를 최소 3, 4편 봐요. 드라마는 셀 수 없이 보고요. 일하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TV 앞에 앉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 말 들으면 한국 부모님들이 싫어하실지 모르겠네요.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TV 못 보게 하시잖아요. 대학 졸업 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한 적이 있어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의류회사에 들어가 디자인과 광고·홍보 분야에서 2년간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쪽 분야에선 곧 흥미가 사라졌어요. 이게 아니구나 싶어 그만뒀지요. 결국 극작가가 되기로 하고 USC 대학원을 택했지요.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중요한 키가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택하면 실패하고 힘들어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나 김

조지타운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2005년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스크린 라이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ABC 방송의 히트 드라마 ‘로스트’ 작가, 2008~2009년 CBS ‘고스트 위스퍼러’(Ghost Whisperer) 작가 겸 프로듀서, 2009년부터 CBS ‘마이애미 메디컬’(Miami Medical)과 ‘NCIS:LA’에서 작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로스트’ 극본으로 미국작가협회로부터 최우수 극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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