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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쥔 탄타위 ‘민주화 징검다리’ 놓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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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2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한 여성이 군인들에게 흰 꽃을 건네고 있다. [카이로 AP=연합뉴스]


독재자 무바라크는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60년간 이집트를 지배해 온 군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혼란기에 더욱 힘이 세진 군부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군부가 ‘민주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대로 9월 대선 때까지 잠정적인 국정 관리를 하고 민선 정부에 정권을 넘겨야만 민주화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탄타위 국방장관

 현재 군부의 실권자는 무함마드 후세인 탄타위(76) 국방장관과 사미 하피즈 아난(63) 육군참모총장이다. 이들은 무바라크의 오른팔인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을 제치고 전면에 부상했다. 정권을 인수한 군평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탄타위 장관은 무바라크와는 가까웠지만 술레이만 부통령과는 라이벌로 알려졌다. 무바라크의 전격 사임 뒤에는 이들 간의 권력 투쟁이 있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군평의회는 국영TV를 통해 현 내각과 지자체 지사들의 유임을 발표했지만 술레이만 부통령의 거취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술레이만이 이미 권력을 잃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탄타위는 경력 55년의 야전형 군인이다. 술레이만보다 대중적 인기도 높은 편이다. 지난달 말 개각 때 국방장관 유임과 동시에 부총리를 겸임하는 등 무바라크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장파 장교들은 탄타위에게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무바라크의 하야 길에 동행한 아난 참모총장은 반(反)부패 이미지로 소장파 장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탄타위보다 친미 성향이 더 강하다.

 탄타위를 정점으로 한 군부가 ‘구(舊)체제 변혁’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고 민주화 이행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단 군은 정치개혁의 핵심인 비상사태법 해제, 개헌 등 민주화 이행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니얼 바이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집트는 오랫동안 군부가 국가를 통치해 군이 민주주의 이행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60년간 군부 출신 지도자 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 온 군부가 기득권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군이 무바라크의 퇴진을 유도한 것도 향후 유리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알자지라방송은 이집트 정치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가 향후 정치 혼란기에 군이 국정에 개입하는 ‘터키형’ 국가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민선 정부가 출범할 수도 있지만 군이 혼란을 빌미로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군부의 약속이 지켜져 민주적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간에서는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출마 가능성이 크다.

정현목·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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