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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버릴 준비해라” … IT 명가들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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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명가’의 반격이 시작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1’(현지시간 14~17일) 개막을 앞두고 전통의 정보기술(IT) 강호들이 비장의 무기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업체들마다 명가 부활의 책임을 진 최고경영자(CEO)들이 전면에 섰다. HP 레오 아포테커(58) CEO의 경우 1일 인도 개발자들과의 만남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던져버릴 준비들을 하라”는 극언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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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키아의 스티븐 엘롭(48) CEO와 MS의 스티브 발머(55) CEO는 이달 11일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노키아는 독자적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포기하고 MS의 윈도폰 OS를 채택하기로 했다. 세계 정보기술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빅 뉴스다. 비록 애플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지만 노키아는 여전히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다. MS는 지난 20년간 세계를 호령해 온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 업체다.

 엘롭의 이날 발표는 그가 예고했던 ‘극단의 조치’의 시작이다. 9일 그는 노키아 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우리의 플랫폼이 불타고 있다. 얼음바다로 뛰어드는 것 같은 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노키아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2009년 36.4%에서 2010년 28.9%로 낮아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심비안 OS 점유율은 46.9%에서 37.6%로 감소했다. 엘롭의 표현대로 ‘애플과 구글이 비싼 점심을 먹는 동안 노키아는 배회했고, 노키아가 파워포인트 자료를 다듬는 동안 중국 업체들은 제품을 내놓았던’ 결과다.

 엘롭은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노키아에 영입됐다. 캐나다 국적의 그는 노키아 사상 최초의 외국인 CEO다. 그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시작할 참이다. “이제 기기의 대결은 지나갔고 생태계 전쟁이 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11일 “이제 경주마는 세 마리다”라고 장담했다. ‘노키아-MS’ 동맹이 앞서 가는 애플과 구글을 따라잡겠다는 말이다.

 이 제휴는 발머 CEO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가 2008년 6월 은퇴하고 발머가 지휘봉을 잡은 지난 3년간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노키아와의 동맹으로 발머는 이제 든든한 우군을 맞이한 셈이다. 노키아는 OS뿐 아니라 MS의 검색엔진 ‘빙’, 광고 플랫폼 ‘애드센터’도 도입할 예정이다.

발머는 불 같은 성격과 경쟁사에 대한 독설로 유명하다. 2009년 한 콘퍼런스에서 “이 경기 침체기에 누가 (애플) 로고 하나 때문에 500달러를 쓰겠는가”라며 애플의 고가 정책을 비난했다. 2005년에는 MS의 핵심 엔지니어 마크 루코프스키가 구글로 옮기겠다고 말하자 의자를 집어던지며 “구글을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현재로선 그의 독설은 빛이 바랬다. 실적 부진 때문이다.

  HP 레오 아포테커(58) CEO의 승부도 시작됐다. HP도 마침내 이달 9일 독자적인 운영체제(OS)인 웹OS를 탑재한 태블릿PC ‘터치패드’를 내놓고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전임 마크 허드 CEO의 뒤를 이어 취임한 아포테커는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HP를 구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띠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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