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대 직장인 370만 명통제 못 견디는 개성파잘 쓰면 藥, 못 쓰면 毒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5호 20면

구세대의 눈에 비친 신세대는 늘 이해하기 힘든 ‘별종’이었다. 기원전 7세기의 그리스 비석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영 버릇이 없어 걱정”이라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80년 이후 출생한 젊은이들은 유별난 단절의 세대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게 이들은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고 자랐다. 자녀 수가 한두 명인 소가족에서 경제적 뒷받침을 넉넉히 받으며 공부했다.

신세대 직장인

민주화 혜택도 어릴 때부터 누렸다. 대립과 갈등보다는 조화와 타협에 익숙하다. 탈냉전시대를 맞아 사고 방식은 더욱 자유분방해졌다. 해외 나들이도 많이 한 편이다. 집단과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개성과 다양성을 뽐낸다. 반면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사교육의 광풍을 겪고 고독한 내면세계로 빠져드는 이도 많다.

이들 신세대가 2000년께부터 취업을 했다. 현재 한국의 20대 인구는 650만 명. 이 중 370만 명이 직장생활을 한다. 구세대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기존 틀에 잘 적응해 주려니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가 많았다. 구세대의 시각으로 볼 때 엉뚱한 행동들도 목격됐다. 거꾸로 신세대는 구세대가 너무 고리타분하고 자기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아예 입을 닫아 단절의 골이 깊어지는 조직도 늘어 간다.

심각한 것은 이게 몇몇 개성 있는 신세대의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실이다. 신입사원이 계속 들어오고 신세대 영토가 빠르게 넓어지면서 속앓이를 하거나 뒤뚱거리는 기업도 늘어난다. 문제를 간파한 선구적 기업의 리더들이 움직였다. 신세대에게 다가가 그들과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였다. 알고 보니 신세대는 결코 버릇없고, 나약하고, 사고의 폭이 좁은 존재가 아니었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재미를 느끼는 일에는 엄청난 열정과 창의력을 발산하는 세대다. 동기 부여만 잘하면 도전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에도 익숙한 편이다.

국내외 선구적 기업들은 신·구세대가 손잡고 일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ADT캡스·SK커뮤니케이션즈·STX·IBK시스템 등이 대표적 사례다. 티켓몬스터처럼 아예 신세대가 창업해 자기들끼리 이제껏 없었던 조직문화를 실험하는 곳도 있다.신세대는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향해 적극적으로 참여(Participation)하고, 자기계발과 목표 성취를 위해 특유의 열정(Passion)을 불태운다. 또 네트워크 파워(Power)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Paradigm) 변화를 주도할 ‘P세대’로 진화해 가고 있다.

70년대 인기 가수 윤복희씨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났을 때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장발족들은 단속 경찰과 숨바꼭질을 했다. 하지만 천방지축으로 보였던 이들 세대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을 만들었고, 이제 구세대가 됐다. 지금의 신세대도 그 이상의 일을 해낼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들이 능력을 펼칠 장(場)을 만드는 것은 구세대의 몫이다.

<위 사진은 사내 카페에서 회의하는 sk컴즈 직원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