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공항에 대한민국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1.02.08 00:19

업데이트 2011.02.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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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긴 이집트 카이로 공항. 3일째 노숙 중. 배가 고픕니다. 중국·일본·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 대사들이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공항을 지키는데 태극기는 보이지 않네요.”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 박예원씨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moonlightyw·사진)에 글을 올렸다. 박씨는 이어 “일본인들은 도시락, 중국인들은 샌드위치를 먹는데 한국인은 과자봉지 몇 개 받았다”고 적었다. 설 연휴, 인터넷에는 정부의 교민·여행객 보호대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귀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카이로 공항에서 며칠씩 ‘노숙’하던 교민과 여행객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대사관의 지원물품이 형편없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박씨가 올린 글은 온라인에서 리트윗(퍼나르기)되며 확산됐다. 많은 누리꾼이 정부의 대응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효원(@hyonyam)씨는 “1998년 자카르타 폭동 때도, 2004년 쓰나미 때도 똑같았다”며 “정말 한국 정부에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홍혜미씨도 “이집트 공항에서 대한민국은 없다”며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꼬집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과 비교하며 “해적 모셔오는 데는 10억원짜리 전세기를 동원해 놓고 교민들에게는 참 야박하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외교통상부는 4일 해명자료를 내고 “지난달 31일 이후 매일 수시로 카이로 공항을 방문해 식수와 과자·빵·우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이집트대사관의 박형규 사무관은 “상대적으로 공항은 안전한 편이었다”며 “공항보다 긴급한 외곽 교민들의 신변 보호에 인력을 집중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다시 기자에게 “미흡한 자국민 보호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의견을 정부가 거짓으로 몰고 가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시위로 교민들 울상=계속되는 시위로 관광객들이 떠나면서 현지 교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집트에는 교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집 10여 곳과 여행사 20여 곳이 성업 중이었다. 날씨가 선선한 1~2월은 한국의 설 연휴와 겹치는 성수기. 하지만 교민들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유정석(36)씨는 “1~2월 매출이 한 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근에는 사무실 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에만 단체관광객 30여 팀을 안내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취소됐다. 8년째 카이로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박재명(45)씨는 “지금쯤 방 10개가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한인 식당 역시 약탈을 우려해 돈이 되는 물건은 모두 옮긴 뒤 셔터를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심새롬·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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