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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 선원 “석 선장에게 AK소총 난사한 해적 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을 수사 중인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1일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쏜 소말리아 해적의 신원을 사실상 확인했다. 수사본부 고위 관계자는 “청해부대로부터 넘겨받은 군 검찰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석 선장과 같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어 있던 한 선원이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의 얼굴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적 1명이 이불을 제친 뒤 석 선장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캡틴’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AK소총을 난사했다고 이 선원이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 선원은 구출된 후 군 검찰이 제공한 사진을 보고 범인을 지목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수사본부는 총알이 빗발치는 위급한 상황이라 이 선원이 해적의 생김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 범인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2일 한국인 선원들이 귀국하는 대로 이 선원과 그가 지목한 해적을 대질신문해 범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사본부는 체포된 해적들이 지목했던 범인이 무함마드 아라이(23)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아라이는 “총을 만져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날 해적 13명(사살 8명, 생포 5명) 전원의 이름과 나이, 직책을 공개했다. 나이는 19∼29세이며 생포한 해적 5명 등 10명이 소말리아 푼틀랜드 갈카요 출신이다. 이들은 삼호드림호를 납치했던 해적들과 같은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푼틀랜드 출신 해적들을 ‘푼틀랜드 그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단은 지난해 말 조직됐다. 사격술이 뛰어나고 해적 경험이 많은 두목 아브디 리스크 샤크(28)와 부두목 스우티 알리 하루(29)가 나머지 행동대원들을 모았다. 두목과 부두목은 아덴만 여명작전 때 사살됐다.

 ◆석 선장 상태=아주대병원에서 4일째 치료를 받는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의 건강상태는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점차 호전되고 있다.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은 1일 “(석 선장이) 여전히 위중한 상태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주 중에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 ‘설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석 선장의 패혈증과 DIC(범발성 혈액응고 이상:혈액응고 시스템이 망가져 출혈과 염증이 나타나는 병세)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상전문의 이국종 교수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양원보 기자, 수원=유길용·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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