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의 단위 ‘㎏’ 기준 물체 퇴출된다

중앙일보

입력 2011.01.25 00:50

업데이트 2011.01.2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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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IPM) 금고에 보관 중인 1㎏원기(原器)의 모습. [사진=BIPM 홈페이지]

프랑스 파리 근교의 세브르. 이곳 국제도량형국(BIPM) 금고에는 가로·세로 각 3.9㎝ 크기의 원통이 보관돼 있다. 재료는 백금(90%)과 이리듐(10%). 국제도량형총회(CGPM)가 정한 1㎏의 국제 원기(原器)다. 1901년 3차 CGPM은 “㎏은 질량의 기본 단위이며 그 질량은 국제 원기의 질량과 같다”고 선포했다. 이후 100년 넘게 질량 단위의 표준 역할을 해온 이 원기가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IPM의 마이클 스톡 박사는 전날 영국 런던의 왕립학술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플랑크 상수를 기반으로 ㎏을 재정의한다는 데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24~25일 왕립학술원 주최 국제단위계(SI) 학술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맡았다.

 ㎏은 현재 7개의 SI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적으로 만든 원기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그 외 시간(초)·길이(m)·전류(A)·온도(K)·물질량(mol)·광도(cd)는 모두 물리적 원리를 바탕으로 정의돼 있다. m의 경우 처음엔 ㎏과 같이 백금-이리듐 원기를 표준으로 삼았지만 1983년 “빛이 진공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길이”로 정의가 바뀌었다. 인공 원기의 물리적 특성이 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과학자들이 ㎏의 정의를 바꾸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BIPM은 2007년 “㎏ 원기의 질량이 50㎍(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 줄었다”고 밝혔다.

현재 ㎏을 재정의하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1㎏짜리 실리콘 구를 만든 뒤 그 원자수를 세어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소위 ‘와트 저울(watt balance)’ 방식이다. 저울 한쪽엔 전기가 흐르는 코일, 반대쪽엔 그 전기력과 동일한 중력을 갖는 물체를 놓아 질량을 재는 방법이다. 이를 정의하는 데 플랑크 상수를 사용한다. 스톡 박사의 발언은 학계 의견이 후자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정진완 센터장은 “연구 성과 면에서 플랑크 상수 방식이 조금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BIPM이 요구하는 불확도(측정값의 불확실 정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CGPM 때까지 새 ㎏의 정의가 채택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별 기자

◆플랑크 상수(h)=6.626×10-34J·s. 양자역학의 기본 상수 중 하나다. ‘와트 저울’ 방식은 서로 다른 물리력인 전기력과 중력을 연결·측정하는 데 플랑크 상수를 이용한다. 이에 따르면 1㎏은 “플랑크 상수가 6.626×10-34kgm2/S가 되게 하는 질량”으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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