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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오기가 일본에 맞서 ‘토종 부품’ 자존심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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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주형 옵티스 대표가 수원 영통동 본사 연구실에서 광픽업 제작과 관련한 내용을 직원에게 설명해주고있다. 광픽업 모듈은 콤팩트디스크(CD)에 레이저를 쏴서 정보를 읽고 기록하는 부품이다. [김형수 기자]

‘이노패스트’는 혁신(Innovation)을 바탕으로 고성장(Fast-Growing)하고 있는 기업을 가리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기업들입니다. 제2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로 진화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중앙일보는 2009년에 이어 올해엔 10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들에 대한 딜로이트의 전문적인 컨설팅을 곁들임으로써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조명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밖에서 알만 쪼아 달라. 껍질만 깨 주면 황금알을 낳는 닭이 되겠다.”

 광픽업 모듈을 생산하는 옵티스의 이주형(55) 사장은 2005년 납품을 위해 만났던 삼성전자 실무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로 줄탁동기(啐啄同機)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할 때 어미 닭이 밖에서 함께 알을 깰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다. 옵티스에 어미 닭은 삼성전자였다.

 컴퓨터의 광학 디스크 드라이버(ODD)에 들어가는 광픽업 모듈은 콤팩트디스크(CD)에 광(레이저)을 쏴서 그 파동을 이용해 정보를 읽고 기록하는 부품이다. LP 레코드판을 읽는 축음기 바늘 같은 역할을 한다. ODD의 핵심 부품인 만큼 어느 회사의 광픽업 모듈을 쓰느냐에 따라 컴퓨터 메이커를 선택할 정도다. 납품을 하려면 델이나 휼렛패커드(HP)의 승인도 얻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신생 중소기업보다는 당시 세계 광픽업 모듈 시장을 장악했던 산요와 히타치, 소니 등 일본 제품을 쓰는 게 안전했다. 그렇지만 국내 부품업체가 사라지면 일본에 휘둘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옵티스에 손을 내미는 결단을 내렸다. 그해 12월 첫 납품이 이뤄졌다.

 옵티스의 뿌리는 사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광픽업 사업 부문이다. 삼성전자가 ODD를 만들던 초기에 내부에 정보기술(IT) 광픽업 사업부를 만들었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87년부터 광픽업 ODD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2002년 삼성그룹 내 빅딜로 오디오·비디오(AV) 광픽업 사업을 하던 IT광픽업 사업부 350명이 삼성전기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IT 광픽업 시장을 장악한 일본 업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생겼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일본 업체가 저가 물량 공세를 폈다. 삼성전자가 ‘유일한 고객’이었던 내부팀은 게임이 안 됐다. 적자가 이어졌다. 결국 삼성전기는 2004년 이 사업을 접는다.

 그때 이 사장의 오기가 발동했다. 삼성전기에서 광픽업 개발과 제조 설비를 구입해 2005년 옵티스를 세웠다. 350명 직원 중 7명이 그를 따라 옵티스행을 택했다.

 세계적인 기업과의 진검승부는 어려웠다. 큰 업체가 만들어주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과잉 인력이 없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삼성전자도 놀랐다. ‘이렇게 싼 가격에 제품을 만들 수 있나’란 반응이었다. 삼성전자에 납품을 포기하는 일본 업체가 속출했다. 일본 업체 중 현재 산요만 남았다. 일본 업체에 밀려 대기업이 접었던 사업이었으나 가격과 기술력으로 재무장한 옵티스가 일본 업체를 몰아낸 것이다.

 회사를 세운 지 5년 만에 옵티스의 연간 생산물량은 2200만 개로 늘었다. 세계 1위 업체인 산요의 생산량이 9000만 개 정도다. 일본의 산요와 히타치가 여전히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옵티스는 시장점유율 4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세계시장의 9%, 삼성전자 물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3년 평균 성장률이 493%를 기록했다. 딜로이트가 선정한 아시아·태평양 500대 기업 중 65위에 이름을 올렸다.

 길은 순탄치 않았다. 대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니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자재 구입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제조를 위탁한 필리핀 업체와도 계속 삐걱대다 결국 파국을 맞았다.

 필리핀에 공장을 함께 짓기로 했던 회사가 부도를 맞아 공장을 짓는 일도 어려워질 뻔했다. 투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6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필리핀에 공장을 짓고 양산을 시작했다. 필리핀 공장은 이제 2개가 됐고 직원 수는 5000여 명에 달한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원가 경쟁이 심해지고 이동용 저장매체인 USB 등장과 인터넷 다운로드 활성화로 ODD 시장의 성장세도 다소 주춤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걱정하지는 않는다. “비디오의 예를 보면 끝까지 버틴 회사가 돈을 벌었습니다. 시장수요는 당분간 유지되는 만큼 삼성 납품량을 늘릴 것입니다. 다른 업체의 물량을 빼앗으면서 몇 군데 회사가 정리되면 당분간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1차 목표는 2017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 우선 삼성전자 납품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려 산요와 동등한 위치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20~25%로 늘려 세계 2~3위 업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일본 업체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대만 업체의 발주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대일 수출을 위한 평가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의 꿈은 강소기업으로 발전해 설비와 사출, 렌즈 업체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항공모함의 선단처럼 관련 업체가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송충이가 솔잎을 먹지 않고 떡갈나무 밑에 가겠다는 게 아닙니다. 연관 기술을 적절히 확보하면 언젠가는 다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그걸 준비하는 겁니다. 엔지니어는 자기가 가진 기술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요. 그렇다 보니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망하거나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업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 안목과 대응력도 중요합니다.”

특별취재팀=김준현 차장, 최현철·하현옥·한애란·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원가 비중 커 순이익률 낮아 … 광학기술 응용해 완성품 시장 진출을

딜로이트 지면컨설팅

최원훈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창업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옵티스의 주된 사업분야는 광픽업 제품군이다. 산요와 히타치 등 일본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PC와 영상기기 등 연관 시장이 매년 7% 정도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제품군은 원가비중이 커 순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 기업들도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일단 현재 시장에서 원가경쟁력을 높여 우위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으로 이미 완숙단계에 들어선 분야지만 아직 거대시장이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 다양한 연관 제품군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주량을 최대한 늘리면서 현재 필리핀에 있는 생산시설을 자동화·집적화하고 협력업체들을 생산시설 근처로 옮기는 것이 방법이다.

이와 함께 지원조직을 최소화하고 사내 규정을 정비해 비용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해야 한다. 절감된 비용 중 일정 부분은 반드시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제품개발에 나서야 한다.

 당분간 R&D에서부터 생산,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의 흐름을 주요 납품처인 삼성전자에 동기화할 필요가 있다. 사내에 전담 창구를 두고 시장 및 납품처의 요구를 면밀히 관찰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추가적인 거래처 확보는 연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 뒤 모색해도 늦지 않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성장을 위해서는 현재의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점진적인 확장이 필요하다. 광학기술 응용 및 완성품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문조직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신설 조직은 사업확장 전략과 인수합병(M&A), 기술협력 등 회사의 성장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총괄하도록 한다.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한 회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분야 이외의 기술은 등한시하거나 사업화에 거부감을 느낀다. 신사업 담당자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은 이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시장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소규모 기술회사 인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술 중심 벤처기업이 초기에 승승장구하다 얼마 가지 못해 퇴보하는 것은 급속한 발전에 따르는 성장통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때문인 경우가 많다. 단기 고도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

딜로이트의 지면 컨설팅

● 원가와 영업 경쟁력 강화

● 제품군 확대 통해 고성장 달성

● 매출 1조원까지 오너경영 체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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