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옥기자] 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전과 다소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셋째주부터 지난주까지 10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올 들어 서는 상승폭도 커졌다. 주간 상승률이 첫째주 0.05%, 둘째주 0.04%에서 지난주 0.7%였다.
주간 상승률 0.07%는 지난해 1월 넷째주(0.09%)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올 들어 3주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0.16%. 1월 상승률로는 2008년(0.5%) 이후 2009년, 2010년보다 높다. 거래 건수도 이전 해들에 비해 다소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1일까지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가 3143건. 이런 추세라면 1월 전체 건수는 4600건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월(3981건), 2009년(2554건)보다 많다. 새해 들어 3주간의 시장 동향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주택시장이 회복 분위기를 보이던(그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지난해 1월보다는 나아 보인다. 1986년 이후 1월 장기 평균 상승률(1%)에는 훨씬 못 미치는 상승세이기는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잔뜩 움츠러든 시장을 경험해온 입장에선 주택시장의 훈기가 느껴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강북에선 전셋값 급등이 매매 자극
연초부터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우선 금리가 오르면서 미리 올해 봄에 이사 계획을 세웠던 매수자들이 서둘러 집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기존 2.5%에서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앞으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쳐 대출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또 10월 이후부터 꾸준하게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것도 매수자들의 구매 심리를 앞당기게 했다. 특히 내년 봄 학기와 신혼부부 등 기존의 수요 뿐 아니라 가수요까지 붙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집살 사람은 많이 있었는데 지난해 까지 불확실성이 많아 미뤄두면서 전세연장해왔다"며 "하지만 전세가 강세를 보이면서 매수로 전환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됐다”고 말했다.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폐지 연장 여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DTI규제 폐지가 종료되면 대출 빌릴 자금이 지금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집 구매시기를 앞당겼다”며 “은행권에서도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는 높이는 대신 일시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혜택도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북과 강남권 간에 주택 매매값이 오르는 데는 성격이 다르다. 신한은행 부동산 이남수 팀장은 “최근 집값이 오르는데 강북권의 경우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갈아타면서 소형 아파트 위주로 올랐다”며 “강남권은 매수 타이밍을 살피던 강남권 재건축 수요자들이 호재를 앞두고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수하지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북권에는 그동안 주줌했던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소형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뛰기 시작했는데 전용 85이하의 경우 1000만~2000만원씩 붙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81㎡형은 1000만원 오른 2억9000만원에 나왔고 노원구 중계동 경남아너스빌 62㎡형은 2억5000만원에 살 수 있는데 전주에는 2억3500만원이었다. 강북구 미아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두달 새 5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매매값과 전셋값 차이가 줄자 일부 전세수요가 매매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에서 전세살던 수요자들이 강북권에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관계자는 “강남의 소형아파트 전셋값이면 강북에 집을 사고 여윳돈으로 주식도 할 수 있다며 강을 건너왔다"며 “이전에는 성수동이나 주변에 빌라 수요들이 아파트로 갈아타기 했다면 요즘엔 강남권 수요자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재건축 기대감이 강남 집값 끌어 올려
강남권의 집값 상승에는 재건축 아파트들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재건축이 상승세를 탄 이유는 강북권처럼 전세수요자들이 매매로 갈아타긴 보다는 이제는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실수요 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강남권의 대표적 저층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일대의 지구단위계획이 2월 확정고시 등 개발 호재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서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4단지 42㎡형 1000만원 올라 8억원에 50㎡형은 1500만원 붙어 12억5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일명 부동산의 큰손들도 집을 매수를 시작했다. 은행들의 PB센터는 특히 자녀들에게 집을 사주는 데 지금이 적당한 시기로 매물을 골라달라는 상담이 부쩍 늘었다. 김일수 팀장은 “본인들보다 자녀 명의로 집을 구입한 케이스가 이달 들어서만 여러 건 “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대해선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집값이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기업은행 프라이빗뱅커 김일수 팀장은 “예전의 급등 현상은 찾기 힘들지만 하반기까지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고 채권, 선물 등에서 돈이 풀리면서 이들 자금이 바닥상태인 부동산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입주 물량 부족도 집값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입주 물량은 13만가구로 연평균 입주 물량의 60%정도에 불과 하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박사는 “계속되는 전세난으로 서울 강북, 금천구 등 집값이 다소 저렴한 지역에 매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초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DTI대출규제 완화가 끝나는 3월 이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