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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삼국유사에 로봇 등장 … 공상과학 저리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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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과학 삼국사기
과학 삼국유사
이종호 지음, 동아시아
360·347쪽
각권 1만6000원

『삼국사기』『삼국유사』를 과학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어낸 멋진 교양과학서이다. 두 권의 설명을 읽다보니 거기에 담긴 선조들의 과학 마인드가 새삼 자랑스럽게 다가온다. 세종과 장영실이 만든 15세기 조선과학의 꽃 자격루는 “삼국시대 이래 고유기술에 역대 중국 물시계와 이슬람의 자동 시보장치 원리를 가미한 혁신”(『과학삼국사기』 147쪽)이다. 좀 거창하지 않나?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삼국사기』에 물시계 기록이 등장한다. 당시 물시계의 이름은 누각(漏刻). 그걸 관리하는 전문가(누각박사로 불렸음) 6명에 대한 기록도 있다. 장영실은 그걸 “제어장치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자동 시보장치”로 발전시켰다. 높이 6m 거대한 자격루 복원품(남문현 박사팀 복원)을 보러 국립고궁박물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세종 때 장영실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자동 시보장치”로 발전시킨 자격루를 복원한 높이 6m 물시계.

 두 사서에 고대 과학의 지문들이 이토록 수두룩하게 찍혀있다니 하는 경이로움부터 안겨준다. 일테면 『삼국유사』에 로봇이 나온다면? 저자는 “한국에서 로봇에 대한 개념이 매우 앞서 있었다”(『과학 삼국유사』61쪽)고 단언한다. 일례로 신라 지증왕은 섬 오랑캐를 공격하는 해상전투 때 ‘로봇 사자’를 활용했다. 저자는 당시 나무 제작 로봇이 모형품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했고, 실전에 투입해 성공을 거뒀을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삼국지의 제갈량도 ‘목우유마’라는 기동력 좋은 ‘말 로봇’을 실전에 투입했던 사례가 있지 않던가? 현대 로봇 개념의 출발이 1818년 메리 셀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라면, 우리조상도 그 못지않게 과학적 사고나 공상과학(SF) 소재 구사에 능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침반 이야기도 눈길 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인쇄술·화약과 함께 인류 3대 발명품으로 나침반을 꼽았지만, 그건 중국이 아닌 고대 한국의 발명품이란다. 물론 세계 최초다.

 『삼국사기』에는 문무왕 9년(669년) 중국에 자석 두 상자를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 자석이란 나침반이었는데, 이름도 ‘신라침반’이었으나 중국은 ‘신’자를 빼고 나침반으로 불렀다. 저자는 이걸 “아직 일부 과학사가들의 주장”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설득력있는 뒷받침도 내놓는다. 즉 중국도 나침반 원리를 알았고, 자석을 활용한 건 사실이지만 나침반을 항해 등의 용도로 활용했다는 문헌자료는 11세기 이후에야 등장한다.

  두 책의 저자 이종호 박사는 한국 정부가 모셔온 해외유치 과학자 출신. 프랑스 국가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과학과 인문학의 간격을 좁히려고 이 책을 썼다고 밝혔는데, 결과는 성공적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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