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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앞에 ‘그때 그 사람’ 케이힐, 옳거니 잘 걸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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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케이힐, 이청용(왼쪽부터)


지난해 3월 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과 볼턴의 경기가 열린 리버풀 구디슨 파크. 전반 42분 이청용(23·볼턴)이 에버턴 진영 아크 정면에서 볼을 잡는 순간 팀 케이힐(32·에버턴)이 뒤에서 달려들었다. 두 선수 모두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케이힐은 곧 일어났지만 이청용은 그러지 못했다. 허리와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들것에 실려 나간 이청용은 팔꿈치에 붕대를 감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판정에 예민하지 않은 이청용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반칙을 선언하지 않은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볼턴은 0-2로 졌다.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국내 축구팬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은 케이힐에게 분노했다. 인터넷에는 케이힐을 비난하는 댓글이 넘쳤다.

 이청용이 이번에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호주 대표 케이힐과 만난다. 14일 오후 10시15분(한국시간) 도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C조 리그 두 번째 경기다. 나란히 1승을 거둔 한국과 호주는 이날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할 심산이다.

 이청용과 케이힐은 한국과 호주 공격의 핵이다. 이청용은 한국 대표팀의 오른쪽 미드필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채 두 시즌도 채우지 않았지만 통산 7골·14어시스트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그뿐인가.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2골을 터뜨렸다. 왼쪽의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멋진 짝을 이루고 있다.

 케이힐은 호주의 간판 공격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2골,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골을 기록했다. 호주 선수 중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을 기록한 선수다. 밀월 FC를 거쳐 2004년부터 에버턴에서 뛰고 있는데 통산 183경기에 나서 54골을 넣었다. 올 시즌에도 19경기에서 9골을 넣어 득점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케이힐은 10일 벌어진 인도와의 C조 첫 경기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호주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신장은 1m78㎝로 그리 크지 않지만 헤딩을 잘해 ‘헤딩머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에서 기록한 10골 중 7골을 머리로 넣었다.

 이청용은 지난해 충돌장면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나 반칙으로 보복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는 “케이힐은 볼에 대한 집념이 강하고 저돌적이다. 그때 당한 고통을 승리로 보상받겠다”고 말했다. 케이힐은 “박지성뿐 아니라 이청용도 잘 알고 있다. 두 선수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다”며 승부욕을 보였다.

 호주 대표팀에는 한국과 인연이 각별한 인물이 많다. 홀거 오지크(63) 감독과 주전 골키퍼 마크 슈워처(39·풀럼), 중앙 수비수 사샤(31·성남) 등이다.

 오지크 감독은 2004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자 강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오지크 감독과 접촉도 하지 않은 채 본 프레레 감독과 계약했다.

 1993년부터 호주 골문을 지키고 있는 베테랑 마크 슈워처는 한국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4골을 내주고 모두 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2009년 3월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10호 골 제물도 슈워처였다. 2009년부터 K-리그 성남에서 뛰는 사샤는 팀 동료 정성룡(26·성남)과 맞대결한다.

 한국은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 21전 6승8무7패로 약간 밀린다. 한국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74년 서독 월드컵,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예선에서 잇따라 호주에 발목이 잡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세 차례 경기에서 3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도하=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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