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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강추위가 더 반가운 놀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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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 아난티클럽 서울 개썰매장에서 겨울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들. 시베리안허스키가 입김을 씩씩 불어대며 썰매를 끈다.

강추위가 한반도에 눌러앉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몰아친 한파가 3주 이상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서 함박눈을 맞는 일이 낯설지 않고, 산과 들은 이른 목련이 핀 것처럼 온통 하얗다. 겨울 한파는 재앙처럼 일상을 옥죄지만 겨울 레저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간만에 맞은 겨울다운 겨울이다.

 산은 눈 무더기다. 눈꽃산행 1번지 태백산은 어둑새벽부터 헤드랜턴 불빛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소식이다. 스키장 이용객도 늘었다. 수도권 한 스키장의 맨 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은 지난 시즌보다 매출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스키 리조트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4월 중순까지 영업이 가능할 것 같다”며 한국에도 6개월 스키 시즌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눈밭에서 가장 신이 나는 건 아무래도 견공인 듯싶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난티클럽 서울이 국내 최초로 개 썰매장을 개장했다. 시베리언허스키 열 마리가 아이들을 태우고 자작나무 숲을 달린다. 북극권 지역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던 겨울 레저를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개 썰매를 직접 끌어봤다. 생각보다 쉬웠다. 양발을 스키 위에 올려놓고 양손은 썰매 상단의 키를 잡은 다음 “럭키 가자”만 외치면 된다. 럭키는 무리의 우두머리 이름이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예상보다 속도감은 상당했다. 왜 겨울마다 북극권 사람들이 개 썰매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겨울철 최고의 익스트림 레저는 뭐니 뭐니 해도 빙벽 클라이밍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의 산악인들이 한결같이 부러워하는 게 있는데, 그게 바로 겨울이면 꽁꽁 얼어있는 자연 폭포다. 설악산에 있는 길이 320m의 토왕성 폭포는 겨울마다 세계적인 수준의 빙벽으로 탈바꿈한다. 잘 찾아보면 전국엔 인공 빙벽장도 많다. 알고 보면 빙벽 등반이 암벽 등반보다 쉽다. 아이스바일(손도끼)와 크램폰(10발 아이젠) 등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맨손으로 올라야 하는 암벽 등반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 여성에게 유리한 레저인 것이다.

 올겨울은 여느 해보다 나가서 놀기에 좋다. 다만 구제역 때문에 몇몇 지방축제가 취소된 게 아쉽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나 인제에서 열리는 빙어 축제가 연기됐거나 취소됐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아웃도어 피플은 문을 박차고 나간다. 뜨끈히 데운 구들장보다 야외에서 흘리는 땀방울이 더 뜨겁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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