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우덕의 13억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41) ‘중국사업, 한국형 관리모델을 만들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능한 중국 비즈니스맨을 자주 만납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정말 뚝심있는 사람들이구나'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정통 중국비즈니스맨들은 10년 이상 중국에 매달려 온 사람들입니다.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10년이상 중국 시장을 두드렸던 업체였습니다. 그들이 오늘 한중경협을 만들어낸 주역이었구요.

쇠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달구고, 두드리고, 식혔다가는 또 달구고, 그래야 좋은 쇠가 나옵니다. 중국비즈니스 맨도 그렇습니다. 숫한 패배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비로소 '중구비즈니스맨'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국 중비즈니스에 공짜는 없습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중국 사업에 성공했다면 그 뒤에는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성공 스토리가 있을 겁니다(아래 사진은 글과 무관).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투자도 이제 20년이 되어 갑니다.
우리 기업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중국비즈니스에서도 한국형 관리모델을 만들자'는 겁니다.

중국 투자사업에서 '관리(경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지 공장을 세우면 노동자들이 찾아오고, 순한 그들이 제품을 쏟아내고, 우리는 브랜드 붙혀 수출만하면 되는 시대는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갔습니다. 우리가 중국보다 월등히 앞선 기술이 있고, 자금력이 출중했을 때 얘기입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기술은 우리 턱까지 차고 올라왔고, 자금이라면 그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극복하는 길은 하나입니다. 관리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핵심은 현지 직원을 얼마나 잘 부리느냐에 있습니다.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고, 그들을 앞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인 관리자와 중국인 직원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해야 겠지요. 소위 말하는 '현지화'입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쉽습니까? 게다가 꿍꿍이가 바다속 깊이보다 더 깊은 중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현지화'라고 하면 서방 다국적기업을 연상하게 됩니다. IBM이나 GE 등 다국적기업이야 말로 '현지화의 달인'이니까요. 그들은 현지인을 현지 법인의 CEO자리에 앉침니다. 어마어마한 급여를 제시하며 고급 인재를 끌어옵니다. 본부에서는 돈 줄만 관리하지요. 현지인이 CEO를 맡으니까 현지 사정에 밝고, 시장을 빠르게 파고듭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도 됩니다. 왜냐? 현지에 진출할 때 '레귤레이션(Regulation, 규정)'도 함께 따라가니까요. 현지 CEO는 그 레귤레이션에 따라 일을 하면 됩니가. 그만큼 업무가 모듈화 됐다는 얘기지요. 외국인 CEO를 인정하는 문화도 잡혀있고요. 그들은 그렇게 중국시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요?

제가 베이징특파원 할 때, 2003년 쯤으로 기억됩니다만, SK가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IT업무를 담당하는 중국법인 본부장으로 중국인을 영입한 겁니다. 청화대를 졸업했고, 실리콘벨리에서더 일했던 인재였습니다. 수 억 원 연봉을 주고 뫼셔왔습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SK중국사업을 이끌어왔던 한국 파견직원이 그 밑에 가서 일해야 했습니다. 이상적인 현지화였지요. 그런데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2년도 버티지 못하고 현지인 CEO체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굴삭기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도 그와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아주 많은 돈을 들여 HR(인사)담당 CEO급 인사를 중역을 뫼셔온 것이지요. 그에게 인재 채용을 맡겼습니다. 한국인 직원들을 그 밑에 배치해 도와주도록 했고요. 이 실험 역시 실패했습니다. 그는 몇 개월 삐걱대더니 집어쳤다고 합니다. 지금은 자체적으로 키운 직원을 승진시켜 그 일을 맡도록 했지요.

자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우선 우리 기업은 아직도 사람에 의존한 경영에 익숙합니다. 레귤레이션? 없습니다. 현지 파견직원들이 현장에서 부딪쳐가면서 익히고, 습득해야 합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지이요. 그게 좋다,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현지 투자법인 CEO는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 합니다. 본부와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합니다. 우리 기업 문화로 볼 때 현지CEO에게 모두 맡기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본사에서 꼬치꼬치 따지고 들지요. 현지법인 CEO는 그러기에 본부의 영업방침을 이해하고, 현지 시장과의 접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을 CEO로 앉혀 놓으니, 소통이 가능하겠습니까? 택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CEO가 아닌 그 밑의 한국인과 업무 연락을 하게 됩니다. CEO는 자연스럽게 배제됩니다. CEO따로, 현지 파견 직원 따로, 일이 제대로 굴러갈리 없습니다.

더 큰 요인은 문화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직원들, 자존심 강합니다. 중국인들, 우습게 봅니다. 그런 그들에게 CEO로 중국인을 앉힌다면, 겉으로는 잘 뫼시겠다고 할 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콧방귀 뀔겁니다. '내가 떼놈 밑에서 일할라구 여기까지 왔냐?'하겠지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중국인을 현지법인 CEO로 내세우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 까요. 답은 뻔하지요. 우리나라 직원이 현지에 가서 CEO를 하는 수밖에요. 그들에게 중국진출 현지 법인의 경영을 맡기는 게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닙니다.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