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중심 심화, 3군 특성 사라져 미래전 대비 못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0호 10면

]해병대 상륙부대가 경북 포항 도구해안에서 사단급 상륙 훈련을 벌이고 있다. 적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상륙돌격장갑차(KAAV) 에서 쏜 연막이 피어오르는 동안

“이건 밀어붙이기다.”
지난주 국방부는 대령급 이상 육·해·공군 간부를 대상으로 한 ‘합동군 설명회’를 했다. 회의가 끝난 뒤 해·공군 장교들은 ‘육군이 밀어붙인다’고 반발했다. 장호근 예비역 공군 소장은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드러나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합동군 개편과 관련한 공군 지휘부의 ‘반대’ 입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공군 전우회 이문호 사무총장(예비역 준장)이 최근 ‘합동군 개혁안이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대안’이라고 공개 비판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공군의 한 현역은 “우리는 필사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해 소개하지 못한다.

해공군서 반발하는 합동군 개편안

해군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 현역 제독은 “마음먹으면 쿠데타까지 할 수 있는 괴물군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군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해·공군은 “국방부가 육군인데 움직일 필요가 뭐가 있나”고 한다.

국방선진화위원회에서 시작돼 국방부가 가다듬은 ‘합동군’ 안의 골자는 ▶현재의 평시작전 및 군사 정책, 무기획득 책임자인 합참의장은 국방부 장관 보좌로 전환시키고 ▶대신 합동군사령부(4성 장군)를 설치하고 ▶합동군사령부 아래 육·해·공 각 군 사령부(4성급)를 두며 ▶현 육·해·공군 참모총장은 없앤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식은 작전 지휘를 일원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군사력 통합 운용에 유리하다는 게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본지는 해군·공군 고위 장교들을 만나봤다. ‘군 상·하부를 광범위하게 대표한다’고 한 이 장교들은 “국방부안은 군 권력구조를 육군 위주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합동군 사령관 밑에 육·해·공 3군 사령관이 들어가고 ▶현재의 참모총장 자리는 없어진다는 점이었다. 육군·공군·해군 참모총장 자리가 동시에 없어지므로 공평해 보인다. 그러나 해·공군의 관점은 다르다. 각각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만났지만 주제별로 대화를 모아보면 이렇다.

-왜 국방부의 ‘합동군’ 안에 반대하나.
▶공군=“현재도 주요 의사결정은 육군이 다 한다. 새 합동군사령관과 주요 보직도 육군 차지가 될 게 뻔하다. 이미 육군 위주로 의사결정이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되는데 육군이 임명될 게 뻔한 합동군사령관 아래 3군 사령관이 지휘를 받는다면 균형은 고사하고 각 군의 특성마저 약화된다.”
▶해군=“이런 식으론 해·공군의 특성이 약화되고 육군 중심으로 간다. 장교 숫자의 차이로 균형 인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사령관 아래 군정·군령이 통합되면 작전이 효율적일 것이다.
▶공군=“선진국일수록 문민통제가 철저하다. 그런데 사실상 통합군인 합동군 사령관이 임명되면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다.”
▶해군=“합동군 사령관에게 3군 지휘권을 집중시키면 너무 막강해져 쉽게 말해 마음만 먹으면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 내부 견제가 없지 않은가.”

‘각군 참모총장 폐지’ 문제는 ‘헌법 89조 개정 가능성’이란 민감한 이슈도 건드린다. 국무회의 17개 의결사항을 규정한 89조 16항엔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이 들어가 있다. ‘합동군 내 각 군사령관=현재 참모총장’이 아니라면 헌법 불일치가 된다. 같아도 문제다. 참모총장들을 지휘하는 합동군 사령관의 헌법적 위상 때문이다. 헌법 기관인 각 군 참모총장을 헌법 규정에 없는 합동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문제다. 헌법 개정 문제가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조금 다르게 설명했다. 그는 “합참의장이 합동군 사령관을 겸할지 분리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각 군 참모총장은 각 군 사령관도 겸한다. 다만 각 군 사령관에게 군정권을 줄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헌법도 손 안 대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아직 ‘절충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내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주 합동군 설명회에서 한 해군 간부가 ‘국방부가 합동군이 아닌 통합군으로 가는 것 같다. 그래서야 합동작전이 되겠느냐’고 따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육사 출신인 국방부 간부는 “이번에는 간다. 우리의 20년 숙원 사업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비육군 간부들은 ‘육군의 20년 숙원사업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러니 해·공군에서 육군 중심의 국방부 합동군 개편안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갈등의 이유는 ▶합동성에 대한 인식과 ▶군 간의 불신이다.
걸프전 이후 세계적인 군사변혁의 방향은 네트워크 및 효과중심 작전이다. 다양한 무기 체계가 연동돼 정밀감시-지휘통제-정밀타격을 수행한다. 수평적으로 네트워크화된 3군이 실시간 합동작전을 해야 한다. 과거 전쟁에서 통했던 수직통합된 지휘 구조가 미래전에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해·공군 관계자들은 “국방부의 합동군 제안을 통합군 방식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이런 수직통합적 지휘구조를 만들려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공군 간부는 “국방부가 ‘참모총장 겸 각 군 사령관’ 자리를 둔다는 데 이는 통합군에 가까운 육군 중심 합동군 사령관을 통해 각군의 독자성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군 간의 불신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만난 해·공군 장교들은 “합참작전부장 김경식 소장의 거취를 주목하라”고 했다. 해군인 김 소장(해사 33기)은 천안함 사건 이후인 2010년 6월 임명됐다. 천안함 사태 때 합참 내 육군 장교들이 해군 용어를 몰라 일일이 물어봤고 그래서 작전이 지체됐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육군 아닌 타군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자리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육군 장교들이 “해군도 시원찮네”라고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공군 장교들은 “곧 육군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김 소장은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중순 육군 김현집(육사 36기) 소장으로 교체됐다. 해·공군의 피해의식은 심하다. 현실도 이해할 만하다.

합참 작전본부 내 대령급 과장직은 27개. 육군 18, 해군 2, 공군 3이다. 합참·국방부의 주요 보직도 육군이 다수다. 그래서 ‘모든 의사결정이 육군 중심’이라는 해·공군의 불만을 사왔다. 그래서 국방선진화추진위는 육·해·공의 보직을 균형화하는 법 제정을 권했다. 합동군사령관과 정책 결정자는 육·해·공 비율을 1:1:1로, 국방부나 합참의 과장급 이상은 2:1:1, 국방부 직할 부대는 3:1:1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방부에서 중·장기 과제로 밀려나고 있다.

육군도 억울한 면이 있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이 전체 장교의 65%인데 해·공군 장교는 훨씬 적어 불균형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거기다 전문성 있는 우수한 고급 장교는 더욱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공군 장교는 “육군이 해·공군을 모르면 당연하고, 해·공군이 육군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식”이라고 화를 냈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미국과의 전략적 역할분담 아래 한국군은 육군 위주의 전력 증강을 해왔고 해·공군은 우선순위가 낮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시된 합동군사령부 체제가 전보다 3군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면 한국군의 미래전 능력은 낙후된다”고 말했다.

해·공군은 합참 1·2차장제를 제시한다. 현재 군 편제를 유지하되 합참의장 아래 4성급 차장 2명을 두는 방안이다. 1차장은 3군의 작전사령부를 지휘하고 2차장은 정책-기획 기능을 맡는 것이다. 현재 한미연합사의 기능을 전작권이 환수되는 2015년부터 1차장 밑에 두자는 것이다. 공군 간부는 “핵심은 작전효율성과 합동성 강화”라며 “밀어붙이지 말고 3군 간 토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