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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의 ‘골프 비빔밥’ [1] 비거리에 목숨 건 당신을 위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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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2011년의 빛나는 봄을 위해 ‘결심’을 해야 할 시간이다. 그놈(?)의 골프 때려치우는 것도 하나의 결심일 수 있다. 진짜다. 행복한 한 해를 위해 그것도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그게 아니고 뭔가 새롭게 도전을 해야겠다 싶으면 그동안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전에 가졌던 관점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시작해보기를 제안하고 싶다. 무언가 문제가 고질화되고 해결이 잘 안 되면 그 문제를 바라보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지 않나.

예를 들면 이런 결심, ‘올해는 제발 드라이버 거리 좀 늘리자!’

어디 강연을 다니면 “제발 좀 거리를 줄일 궁리들을 하라”고 하고, “거리 욕심이 골프 불행의 원흉”이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하지만, 모자라는 거리가 마치 도전과 모험이라는 남성성의 부족으로 이해되는 세태를 고려하면 말리기도 어려운 희망이고 도전해볼 만한 과제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가 보통 희망이라고 얘기할 때는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잘 설계되어 있는가를 본다. 아무리 목표가 커도 과정이 현실성 있게 설정돼 있으면 ‘멋진 꿈’이라 공감하고,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과정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그건 희망이 아니라 ‘망상’이라지 않던가? 그런데 그토록 거리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거리를 늘려야겠다고 그려놓는 과정의 설계라는 걸 보자면 ‘올해는 연습장 열심히 다녀야지!’ ‘드라이버 열심히 쳐야지!’ ‘원 포인트 레슨이라도 받아볼까?’ 이걸로 끝이다. 골프를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황당하다.

그거 다 해본 짓이다. 그리고 그것이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면 우린 이미 쭉빵 300야드의 비거리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몸만 아프고 말거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늘어난 비거리로 동반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을 뿐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고 너무나 상식적이고 단순한 프레임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거리는 우리 몸 상태의 반영일 뿐이지 결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몸의 상태는? 그렇다. 생활의 반영일 터이다. 그러니 ‘비거리라는 화두’는 우리 생활을 어떻게 재조직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생활의 한 부분을 뚝 잘라 투자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거리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뿐이다.

비거리는 그것이 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헤드 스피드에서 나온다. ‘파워 업’이 아니라 ‘스피드 업’이라는 얘기다. “휙~!” “쎅~!” 빈 스윙 상태에서 그 사람이 내는 날카롭고 예리한 소리의 크기가 바로 비거리다. 그런데 소리의 크기는 몇 가지 잔근육을 사용하는 요령으로 늘지 않는다. 는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악력을 포함한 큰 근육을 단련해야 거리가 는다. 하체가 튼튼해야 하고 허리의 힘이 받쳐줘야 한다는 얘기다. 연습장에서 잔근육을 쓰면서 그 근육들의 피로도만 높이는 연습으로는 좀처럼 거리가 늘지 않는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다 마찬가지다.

2011년 기필코 거리를 늘려야겠다면 등산을 다니자! 가까이에 산이 없다면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도 하자. 요가까지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고, 자전거 타기도 좋고 심지어 태권도나 검도도 좋다.

‘에이’ 싶겠지만 진실은 아주 가까이에 그리고 단순한 것에 있는 법이다. 비거리를 늘리는 일! 골프 밖에서 골프를 바라보면서, 골프가 아니어도 좋을 일들로부터 시작할 일이다. 3개월만 꾸준히 해보면 주체할 수 없는 비거리로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을 확신한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

김헌은 골프는 ‘마음 바라보기’라는 생각으로 20여 년간 골프에 정진한 재야의 고수다. 2007년 마음골프학교를 설립해 독자적인 커리큘럼으로 자신의 골프 세계를 알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베스트 스코어는 69타, 핸디캡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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