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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in 문화人] 도예가 채수용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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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 도예를 연구하는 곳이 있다

“그릇(용기)만이 아닌 인테리어 소품을 비롯해 건축자재 등 실내공간을 친환경 소재로 꾸밀 수 있는 것이 바로 도자기 공예”라고 말하는 채수용 작가가 새해 첫 작품을 만들고 있다. [조영회 기자]

솟대

상명대학교 실내수영장 도자기 벽화
대지에 비가 내리는 모습을 표현(가로 70m, 세로 4m), 수퍼화이트(흙), 환원소성(1250℃)

천흥사 동종 비천도 도판
천안박물관 소장(가로 12㎝, 세로 20㎝), 천목유·분청유·혼합토 사용, 환원소성(1260℃)

충북 청주 내수성당 도자기 벽화
분청토·산청토·분청유 사용, 환원소성(1260℃)

새해 첫날 천안시 성정2동주민센터 인근의 한 상가 건물. 작은 글씨로 ‘도예연구소’라고 쓰여진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출입구 벽에 딸의 이름을 딴 ‘윤 도예공방’이라는 명패(글씨에 금을 입혀 3번 구워 만든 작품)가 있다.

 작은 불빛을 따라 보이는 지하계단 벽면은 도자벽화(이하 도벽)로 둘러져 있었다. 대궐의 삼문(三門) 가운데 가장 안쪽에 있는 궁문(宮門)을 뜻하는 노문(路門)에나 있을 법한 전통 문양(빗방울이 흘러내리는 형상)이다.

 계단 천장에는 색칠한 도자기 판에 투명 유약을 발라 액자형태로 붙인 도벽이, 통로 한쪽에는 여성의 인체를 형상화한 작품(제목 ‘율’)과 벽걸이형 접시 서너 점이 비좁은 공간을 장식했다.

 99㎡ 남짓 지하 공간에 들어서자 수많은 형태의 도예 작품이 진열돼 있었다. 사슴의 뿔을 형상화한 조형 작품 옆에 수강생이 만든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들이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접시, 컵, 이쑤시개 통, 찻잔 받침, 어항, 떡살(떡을 눌러 갖가지 무늬를 찍어 내는 판), 주전자, 꽃병 등 생활용기를 비롯해 목걸이 메달까지 초벌구이를 하기 전 놓여진 도자기들이 완전한 작품이 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손톱, 손가락 한마디 크기에서부터 성인 얼굴만한 크기까지 다양했다. 작품마다 만든이의 개성이 담긴 무늬나 고사성어, 이름 등을 새겨 넣은 것이 마치 작은 전시회를 연상케 만들었다.

 도자기 전문 공예가 채수용 작가의 작업실이다. 이곳에는 작가 자신의 작품과 수강생들의 작품이 한대 어울려 있다. 유리 안에 각종 새 모양을 넣은 솟대와 도자기로 만든 스피커가 눈길을 끈다.

 이밖에 천장에는 영화에서 봄직한 마녀 모자와 빗자루, 자전거가 걸려 있다. 마치 만물상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돈이 아닌 예술가의 자유를 선택하다

채수용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 전국공예디자인 공모전에서 10차례나 입상하는 등 도예 부문에 있어 탁월한 재능을 갖춘 예술가다. 대학원에 입학한 후 은사였던 정담순 교수(홍익대 1회 졸업생) 집(경기도 고양시 장흥면)에 살면서 도예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물레 성형 등 흙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며 도예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대학원 졸업 후 도자기 공예 작업실(서울 자양동)을 열고 6개월 만에 전문대 외래 교수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 해 충북 청주에서 20여점의 작품으로 첫 개인전을 열며 진정한 도예가로의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실용성과 심미성을 합친(물레 성형과 새의 머리를 결합시킨 도예) 작품을 만들어 도예가들에게 큰 관심을 모이기도 했다. 이후 목포과학대, 상지대, 군산대, 남서울대, 청주대 등 수많은 대학을 다니며 외래교수로 활동하는 바쁜 일정에서도 매년 한 차례 이상 개인전을 개최하는 열정을 보였다. 단체전 60여 차례, 공모전 수상경력만도 30여 회에 이른다.

 도자기 기술자격증시험 심사, 지방기능경기대회 심사, 공예협동조합이사 선임, 백제문화제일반부물레경연대회 자문, 이천세계도자기엑스포 도자벽화 시공참여,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 작가 워크숍 참여, 국제 공예트랜드 페어 참여 등 전문성을 인정 받았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대학 강의를 포기했다. 돈을 좇다 보니 예술가로서의 정신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정리하고 천안에서 터를 잡고 자신만의 작업실을 꾸렸다.

“천안에 청계천의 도벽 만들겠다”

 채수용 작가는 도자벽화에 유독 관심이 많다. 일반 도자기 공예 보다 규모나 예술적인 측면에서 훨씬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열정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도벽에 큰 매력을 느낀 이유는 10년 전 청주 내수성당 내부를 도벽으로 장식하면서부터다. 2000년 5월부터 1년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도벽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았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웅장하고 신비로운 모습의 도벽이 성당의 벽 전면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선배 작가의 권유로 도벽작업에 합류했다. 도자기를 조각으로 만들어 벽에 붙이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결정하면서 예술가가 겪어야 할 고난이 시작됐다. 추운 겨울, 한여름 땡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하나하나 붙여 나갔다. 사용된 흙의 양만 무려 14t이나 된다.

 교인들도 벽면이 완성돼 가는 모습을 보고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모든 교인이 동참해 분청사기 도자기 판을 잘라 벽을 장식해 갔다. 전국적으로도 성당이나 교회 내벽을 모자이크로 장식한 곳은 드물다. 이를 계기로 상명대 수영장을 비롯해 부산 메트로 로리칸 분수대, 서울 증산동 새마을 금고 건물 등을 모두 도벽으로 장식했다.

 채수용 작가는 “돈을 떠나 평생 한 번 지어보지 못할 수도 있는 작업에 동참한 자체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며 “도자벽화를 보다 많이 알리기 위해 문화센터 생활도예 강좌도 하고 있다. 그릇을 사면 제품이지만 직접 만들면 작은 그릇이라도 작품이 된다. 자연친화적인 도자기 공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웃음지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채수용 작가 이력

1994년 상지대학교 예술체육대학 공예학과 졸업

1998년 청주대학교 산업대학원 산업공예학과 졸업

수상경력(2000년 이후)

2000년 1회 사발공모전 입선

2001년 2회 사발공모전 입선

2004년 대한민국현대도예공모전 입선

    충남 관광기념품공모전 입선

2005년 42회 경기미술대전 특선

2006년 천안공예대전 대상

    3회 토야테이블웨어공모전 입선

    충남도관광기념품대전 동상

2007년 충남도관광기념품대전 특선

    천안시관광기념품 공모전 금상

    4회 토야테이블웨어공모전 입선

2008년 충남도관광기념품대전 특선

    충남도공예품경진대회 특선

2009년 충남도공예품경진대회 특선

    전국공예품대전 입선

2010년 충남도공예품경진대회 입선

개인전

1997년 충북 청주 학천갤러리

1999년 서울 이후갤러리

2002년 서울 경인미술관 기획초대전

2003년 천안 인아트갤러리 기획초대전

2004년 서울 경인미술관 기획초대전(2회)

2005년 서울 경인미술관 기획초대전

2006년 천안 하루갤러리 기획초대전

2007년 일본 기타큐슈 컨벤션센터

2009년 서울 한전아트갤러리

2010년 일본 구마모토 전통공예관

    천안 갤러리모노 기획초대전

    천안 파랑갤러리 기획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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