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혁명 100년 …‘뿌’라고 외치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2011.01.03 02:19

업데이트 2011.01.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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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해는 중국이 신해혁명(辛亥革命)을 통해 청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수립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를 향해 거칠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G2로 부상한 중국을 표현하기 위해 미국의 건국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한 ‘워싱턴 모뉴먼트’를 배경으로 중국 오성홍기를 촬영한 것이다. [김태성 기자]


올해로 중국에서 청(淸)이 망하고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공화정(共和政)이 수립된 지 100년. ‘동아시아 병자(東亞病夫)’에서 주요 2개국(G2)으로의 부상이 눈부시다. 그러나 세계는 당혹스럽다. 중국의 굴기가 거칠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중국이 말하던 ‘평화적 부상(和平崛起)’의 구호는 폐기된 모습이다. 대신 중국은 세계를 상대로 ‘뿌(不·NO)’라고 외친다. 중국은 왜 거친가. 중국의 부상이 새로운 한·중·일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신해혁명 이끈 쑨원(孫文) 동상

 지난해 12월 9일 신해혁명을 이끈 쑨원(孫文·손문)의 고향 광둥성 중산(中山)을 찾았다. 하루 5000여 명이 몰리는 쑨중산기념관에선 쑨원이 1924년 5월에 행한 육성 연설이 흘러나왔다. “제군들, 중국은 수천 년간 일등 강국이었다 …. 최근 100년간 우리는 잠자고 있었다. 중국인이여, 이제 깨어나라.” 때마침 민안(民安)소학교 학생 700여 명이 참관을 나왔다. “쑨원 선생의 뜻을 받들어 중화 부흥을 위해 분투하자.” 대표 학생이 선창하자 학생들이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며 “분투하자”를 따라 외친다. 애국심 궐기대회 같다. 2000여 년 지속된 왕조(王朝) 체제를 무너뜨린 주역을 기리는 현장에서 또 다른 중화제국이 탄생하고 있음을 보는 듯하다.

 굴기(崛起)를 외치는 중국의 목소리는 외부로 향할 때 무척이나 거칠다. “미국놈들아, (전쟁) 한 번 일으켜 봐. 누가 100년 뒤로 후퇴하는지 보자.” 신세대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대본영(大本營)으로 불리는 인터넷 카페 ‘사월청년(四月靑年 )’. 지난해 12월 초 이곳은 ‘펀칭(憤靑·분노한 중국의 애국청년)’들이 올린 미국 성토의 글로 도배됐다.

 거친 중국의 모습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중국은 한국을 손봐 줄 지렛대가 많다’ ‘한국은 취권(醉拳)하나’. 지난 열흘 사이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사설을 통해 쏟아 낸 말들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조금이라도 중국과 부딪히면 곧바로 ‘중국의 적’으로 간주되는 형국이다. 말뿐 아니다. 행동도 적극적이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 보이콧을 요구하고, 전투기를 일본 영공 가까이 출격시키기도 한다.

 중국은 왜 거친가. 왜 ‘NO’라고 말하나. 지난해 12월 30일 찾은 베이징 시내 중화세기단(中華世紀壇). 광장 바닥엔 유장한 중국 역사가 길이 262m, 폭 3m 특수합금판에 새겨져 있다. 한데 1839~1841년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동판이 훼손돼 있다. 아편전쟁의 상처가 적힌 부분이 심하게 긁혀져 있다.

 중국 역사는 1840년 아편전쟁 이전과 이후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영광의 역사와 치욕의 시대다. 특히 아편전쟁 때부터 1930년대 일본의 중국 침략까지 100년 역사는 국치(國恥)의 시기로 여겨진다. 이제 중국은 설욕을 강조하는 양상이다. 중국이 말하는 ‘국익’과 부딪히면 모두 중국의 부상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해 큰 목소리로 ‘뿌(不)’라고 외치며 맞서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중국연구소 유상철·한우덕·신경진, 국제부 예영준·이충형 기자, 베이징·홍콩·도쿄 장세정·정용환· 박소영 특파원
사진=김태성 기자

◆신해혁명=1911년(辛亥年) 10월 10일 우창(武昌)에서 일어난 중국의 공화혁명. 2000여 년 지속된 봉건왕조 체제가 무너지고 공화(共和)정이 시작됐다.

◆굴기(崛起)=산 봉우리가 우뚝 솟아나는 모습. 중국 관영 CC-TV가 2006년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조명한 ‘대국굴기(大國崛起)’를 방영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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