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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스크’경계령 … 중국 엎친 데 대만 덮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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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신년 벽두부터 한국 경제에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호재들은 속속 사라지고, 악재가 하나 둘 늘어나는 형국이다. 한국 경제가 그나마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 받은 것은 이웃 중국이 앞장서 돈을 풀고 내수를 부양한 덕이 컸다. 하지만 순풍이 역풍으로 바뀌는 조짐이다. 질주하던 중국 경제의 기침이 잦아지면서,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 발효된 중국과 대만의 ‘양안 FTA’가 대표적 악재다. 지난해 6월 말 체결된 양안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되면서 ‘차이완(Chiwan)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반면 한국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관세 혜택으로 무장한 대만과 맞닥뜨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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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안 협정에 따라 중국은 대만에서 생산된 539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관세 면제 또는 감면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대만이 원산지인 과일을 비롯해 108개 품목은 당장 중국에 무관세로 수입된다. 나머지 품목도 2년 뒤에는 무관세 혜택을 보게 된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양이(楊毅) 대변인은 최근 “대만이 받는 관세 감면 혜택은 2009년 교역액을 기준으로 4억7200만 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기업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다. 일본 기업들도 대만에 속속 진출, 대만을 원산지로 삼아 중국 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의 ‘경기 속도조절’도 우리 기업에는 부담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4조 위안(약 680조원)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도입했었다. 그중 하나가 배기량 1600㏄ 이하 자동차의 소비세를 25% 가량 깎아주는 정책이었다. 이에 힘입어 2009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2008년보다 46% 급증한 1365만 대를 기록,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도 180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중국 자동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재정부는 올해부터 자동차 소비세를 7.5%에서 10%로 되돌렸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업체들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시 정부가 올해부터 번호판 추첨제를 도입한 것도 베이징현대차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징에서는 지난해 70만 대가 팔렸는데 올해부터는 극심한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해 연간 24만 대에 한해서 번호판을 추첨을 통해 주기로 했다.

 중국의 ‘돈줄 죄기’도 복병이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중국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물가불안이 좀체 잡히지 않자 추가 금리 인상설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달러에 대해 3% 오른 위안화에 대한 절상 압박도 커지고 있어, 원화 가치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한편에선 중국이 물가 잡기에 실패해 이른바 ‘차이나플레이션’이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조민근 기자

◆중·대만 ECFA=지난해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으로 양안 간 자유무역협정(FTA) 격이다. 없앨 수 있는 관세부터 먼저 없애고 나머지는 나중에 논의를 해가는 식으로 틀을 짰다. 제2차 세계대전 전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두 차례 손을 잡았던 것에 비유해 ‘제3차 국공합작’으로도 불린다.

◆차이나플레이션=중국(China)발 물가상승(inflation)을 일컫는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그간 싼 공산품을 대량 수출해 세계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물가가 들썩이고, 임금인상이 잇따르면서 거꾸로 중국발 물가상승 압력이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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