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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만 담아두기 아까운 우리 동네, 찰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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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거리와 사람들은 화려하고 바쁘기만 하다. 하지만 도심을 지키는 환경미화원의 숨은 노력과 양재천의 자연을 만끽하는 동심도 있는 곳이다. 이달 초 공개된 ‘2010년 강남 사진공모전’ 수상작들을 통해 강남의 이모저모를 돌아봤다.

바쁜 일상 속 이면을 보면 강남이 보인다

“건강한 도시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도심에서 ‘금연 캠페인’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 ‘강남역’을 떠올렸죠.”

금상 수상작 ‘금연 버스정류소’를 촬영한 목길순(52)씨는 강남을 ‘가장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지난 가을, 강남역의 한 버스 정류소에서 슬로 셔터로 촬영한 이 사진은 바쁜 일상을 쉼없이 이어가는 사람들과 높은 빌딩, 그런 가운데서도 ‘건강’을 강조하는 ‘금연 버스정류소’가 한 컷에 모두 담겨 있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월드컵 거리 응원을 빼놓을 수 없다. 영동대로의 역동적이고 활력 넘치는 모습은 많은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 뒤에는 이를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동상을 차지한 양순이(51)씨의 ‘아름다운 사람들’은 월드컵 거리 응원전이 끝난 후 영동대로에서 환경미화원들이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행복을 느꼈던 뒤편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입선작 ‘자전거를 타고’는 재작년 9월의 ‘세계 차 없는 날’ 행사 때 찍은 사진이다. 정백호(39)씨는 “서울에서도 가장 번화한 거리인 코엑스 앞 14차선 도로를 지나는 100여 대의 자전거 행렬은 두 번 다시는 찍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진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그린 라이프’를 강조하는 최근 이슈와도 잘 연결된다는 평을 들었다.

양재천의 아이들, 눈 덮인 새로수길의 낭만

강남의 대표적인 녹색 공간인 ‘양재천’은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이자 직장인들의 휴식 공간이다. 은상을 차지한 ‘양재천의 동심’은 양재천 변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푸른 하늘, 나무 등이 좋은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양재천의 오늘(윤현정)’과 ‘양재천 휴식공간(강태수)’ 역시 양재천의 여유로운 모습을 잘 표현한 사진들이다.

강남이라고 해서 화려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룡마을에서 본 타워팰리스(전석금)’는 강남구의 과거와 현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부유층을 상징하는 타워팰리스와 천막과 판자로 지어진 무허가 판자촌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 9월에 생긴 일원보도 육교 위를 산책하는 모녀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은 조우진(40)씨의 작품이다. 그동안 일원동에서 탄천생태공원을 가려면 양재천 보행길을 이용해 2.5km를 둘러서 가야만 했다. 일원보도 육교가 생기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된 것. 이 육교는 주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며 여가활동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되고 있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미관의 육교는 야경이 특히 아름다워 최근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다. 조씨는 “차들만 다니던 의미 없는 길이 불빛으로 빛나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동네 명소가 됐다”며 “촬영하러 간 날은 마침한 모녀가 산책을 하고 있어 운 좋게 그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도시와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눈 덮인 신사동 풍경을 담은 한 컷의 사진은 아련한 낭만을 불러 일으킨다. 가로수길 옆에 생긴 번화가인 ‘세로수길’을 촬영한 지성진(44)씨는 “올해 1월 초,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한 날 찍은 사진”이라며 “무릎까지 눈 속에 빠져들 만큼 많은 눈이 내렸는데, 단독주택을 개조한 한 카페와 잘 어우러져 세로수길만의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에는 인적도, 카페도 거의 없는 이름뿐이던 가로수길은 지금은 이면 도로까지 개발돼 ‘세로수길’로 확장돼 거대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패션 피플들과 연인, 관광객, 예술 문화인들이 모이고 주말에는 다양한 바자회와 거리 공연도 열려 각종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번화한 동네 강남에는 이렇듯 ‘낭만’도 가득하다.

‘강남 사진 공모전’ 수상작에는 동네 곳곳의 여러 모습이 담겨 있다. 가장 발전된 첨단 도시임을 느낄 수 있는 사진에서 사람들의 생활상이 담긴 다양한 사진까지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화려함과 역동성, 인간애 등을 표현하고 있다. 입상한 29개 작품은 이달 초 강남구청 로비에서 전시됐다. 전시를 관람한 주부 김성진(43)씨는 “양재천에서 뛰노는 아이들, 예술 작품 같은 건축물, 그림 같은 야경 등 많은 사진들을 통해 내가 사는 동네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추억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강남 사진 공모전’ 금상 수상작인 ‘금연 버스정류소’를 촬영한 목길순씨(오른쪽), 입선작 ‘자전거를 타고’의 정백호씨. 입상한 29편의 사진들은 도시의 화려함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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