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정부·연구기관 용역 내년 매듭 … 협상 시작 땐 국민 여론 우선 고려

중앙일보

입력 2010.12.27 00:27

업데이트 2010.12.2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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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3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제철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한국의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면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FTA에선 국민여론 동향을 고려하는 등 보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허페이 AFP=연합뉴스]


지난 30년간 해마다 10% 정도씩 경제를 키워 온 나라, 중국이다. 이런 속도로 덩치를 두 배로 키우는 데 7년밖에 안 걸렸다. 세계 성장속도의 세 배다. 어느덧 세계의 공장이자 소비시장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확 커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교역 비중이 20%를 넘어 30%를 향한다. 문제는 지나친 의존이 부르는 부작용이다. 우리나라는 통상국가를 지향하며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그러나 거대 시장 중국에는 조심스럽다. 덩치만 큰 아이처럼 막 힘 자랑을 시작한 중국에 맞서 정교한 전략의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24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된 ‘201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도 그런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 거대 시장과 FTA를 체결했거나 타결했다. 이에 힘입어 전 세계 교역의 절반 조금 안 되는 46%(2009년 기준)를 차지하는 44개국과 관세라는 울타리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호주·터키·콜롬비아·멕시코·뉴질랜드·캐나다와 걸프협력협의회(GCC) 6개국(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오만·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 12개 나라와는 협상 중이다. 이들 나라까지 포함하면 세계 교역의 60%를 차지하는 나라와 자유무역을 하게 된다.

# 중국과 일본을 넣어라

우리의 FTA 체결 대상국 가운데는 빠진 곳이 둘 있다. 교역 규모와 비중이 큰 중국과 일본이다. 올해 1~11월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수출+수입)은 1709억 달러로 전체 교역의 21.2%에 달했다. 일본은 839억 달러로 10.4%를 차지했다. 중국은 수출, 일본은 수입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 수출의 25%는 대중, 수입의 10.4%는 대일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일·중 3국 간 교역은 그동안 크게 늘었다. 전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2년 11.7%에서 2009년 16%로 증가했다. 한국의 제1위 수출 대상국은 2002년까지 미국이었다. 2003년부터는 중국으로 바뀌었다. 수입품 역시 2007년부터 일본산보다 중국산이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은 한·중·일 3국의 역내 교역이 EU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 기준 3국 간 역내 교역은 약 22%로 EU의 63.9%, 북미(NAFTA)의 39.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3국 간 역내 경제 통합이 진전될 경우 교역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3국 간 역내 수출이 주로 중간재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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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체결 난관 많아

정부는 이번에 확정한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에서 한·중 FTA 협상을 시작할 때 고려요건을 열거했다. 정부 간 사전협의 추진 경과, 심층연구 결과, 국민여론 동향 등이다. 정부는 현재 2011년 완료를 목표로 14개 정부부처, 20개 연구기관·협회 등이 참여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연구에선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한·미 및 한·EU FTA 체결에 따른 교역구조 변화, 산업구조 변화 등의 여건 변화를 감안해 일관된 분석의 틀을 적용한다. 또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지재권·투자·비관세장벽 분야 등을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동안 논의 내용을 보면 한·중 FTA 체결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FTA에 대해서도 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 비관세장벽, 산업 협력 등에 대한 일본 측 입장 변화 여부 등을 감안해 협상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는 달리 ‘국민여론 동향’ 같은 요건은 들어 있지 않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중단된 만큼 일본의 입장 변화가 선행되는지 여부가 협상 개시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중·일 FTA는 한·중, 한·일 FTA 보다 먼 주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산·관·학 공동 연구를 마무리하고, 중국·일본과의 FTA 등을 고려해 추진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 한·미, 한·EU FTA 내년 마무리

정부는 내년 한·미 FTA 비준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대국민, 정치권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실무추진단은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단장으로 각 부처 1급, 청와대 관계 비서관, FTA 국내대책본부장(간사) 등이 참여한다.

한·EU FTA는 이미 합의된 대로 내년 7월 1일 잠정 발효를 추진한다. 현재 협상 중인 호주·터키·콜롬비아와의 FTA는 내년 중에 조속히 타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세안과 칠레 등 이미 FTA가 발효된 나라와는 자유화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도 아세안 FTA의 적용을 받지만 두 나라 사이의 추가 FTA로 양허 수준을 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몽골·파나마·코스타리카·도미니카·중남미 공동시장 등과 FTA 협상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도하개발어젠다(DDA)는 ‘2011년 작업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되며, 개도국 간 특혜관세 혜택 부여 원칙(GSTP)은 내년 1분기에 국회 비준 동의가 추진된다.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가입이 검토되며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 출자·출연이 늘어난다.

 정부는 아시아 권역별 특수성을 감안해 동남아·서남아·중앙아시아 지역과 경협 전략을 새로 짜기로 했다. 맞춤형 경협이 대대적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개도국이 요구하는 농업기술·교육 등의 개발 협력과 연계한 복합 경협을 통해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경제 성장 단계에 따른 차별적인 제품 수출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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