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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씨 … “속상했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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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천안 신부동 천안로 사거리에 설치된 대형 트리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아산지역에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올해는 유난히 초라해 보인다. 사회복지시설에서도 기부자의 발길이 줄어드는 등 연말 온정의 손길이 얼어붙었다. 경기침체와 최근 발생한 성금유용사건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차가워진 탓이다. 하지만 지금도 소액 기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사회가 아무리 실망스럽고 경제가 어려워도 배를 주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기부를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선냄비를 찾은 기부자와 수년째 소액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천사들을 만났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꽁꽁 얼어붙은 구세군 자선냄비

천안 엔젤유치원 어린이들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저금통을 모았다. [조영회 기자]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오후 천안시 쌍용동 이마트 3층 주차장 입구. 구세군을 상징하는 붉은색 자선냄비 앞에 선 김호필(구세군 아산 모산교회 부담임) 사관의 손에서 청아한 종소리가 건물 가득 울려 퍼졌다.

 정장 차림의 구세군복을 입은 김 사관의 얼굴에서 온화한 미소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 보면 올해 연말이 씁쓸하기만 하다. 8일부터 모금활동을 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예년만 같지 않기 때문이다.

 카트에 한 가득 짐을 꾸려 주차장으로 올라온 시민 대부분은 종소리를 외면한 채 지나쳐 버렸다. 30분이 지나도 동전 떨어지는 소리 한번 듣기 어려웠다. 10여 분이 더 지난 후 장을 본 아주머니 한 명이 지폐 한 장을 꺼내 자선냄비에 넣은 것이 전부였다. 김 사관은 “지난해만 해도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유난히 썰렁한 것 같다”고 한숨 지었다.

주민참여 부족으로 떨어진 사랑의 온도

‘사랑의 열매’와 희망나눔 캠페인 협약식을 가진 천안 김안과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안과 제공]

올해 천안·아산지역 자선냄비 모금액이 지난해 보다 줄었다. 구세군충서지방본영이 20일까지 지역 자선냄비 5곳의 기부액을 집계한 결과 2660여 만원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2850여 만원) 보다 6.6%(180여 만원) 줄었다.(왼쪽 아래 표 참조)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충남공동모금회)의 사정은 그나마 나아 보인다. 올해 모금 목표액 80억원 가운데 21일까지 31억1600여 만원을 모았다. 지난해(30억3600만원)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8000만원) 높아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리 좋은 결과가 아니다. 천안(2억540여 만원)은 전년(3억4140여 만원) 보다 무려 40%나 감소했다. 반면 아산(2억5380여 만원)은 전년(1억9460만원)에 비해 30%가 늘었다. 그러나 두 지역 모두 일반 주민이 참여한 소액 기부액은 크게 줄었다. 천안(1억9800만원), 아산(1억5430여 만원) 모두 전년 보다 각각 1억1490여 만원, 3930여 만원이 줄었다.

 구세군천안교회 이광열 사관은 “자신이 기부한 돈이 엉뚱하게 쓰였다는 불신이 기부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어렵게 만든 원인이 됐다”며 “하지만 어려울수록 서로 나누는 민족이었던 만큼 원망을 가라앉히고 모금에 동참하는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충남공동모금회 이희정 부장은 “모금액이 전체적으로 늘어난 것은 일부 기업인이 거액의 기부금을 냈기 때문”이라며 “충남 시·군 절반 이상은 주민들의 참여가 지난해 보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식을 줄 모르는 작은 천사들의 온정

이마트에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소액을 기부한 장수진(30·쌍용동)씨. 3살 난 아들과 함께 자선냄비를 찾아 직접 마트 주차장까지 올라 왔다. 장씨는 “은행 일을 보러 나왔다가 마트에 자선냄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적은 돈이지만 기부에 참여하고 싶어 잠시 들렀다”고 말했다. 이처럼 냉랭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수익의 일부를 자선냄비나 사랑의 열매에 기탁하는 소액 기부자들의 나눔 실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천안에서 아동치료교육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혜진(천안시 두정동)씨는 3년 전부터 월급 일부를 사랑의 열매에 기부하고 있다.

 센터가 소외계층 아동을 돕기 위한 바우처 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치료비가 없는 빈곤계층을 위해 봉사를 하면서부터 고정적인 기부를 결심했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그녀는 매달 20일을 기부의 날로 정해 한 번도 잊지 않고 동참해 왔다.

 천안시 두정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혜은 원장 역시 2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용인에서 출·퇴근을 하는 타 지역 사람이다. 하지만 매달 충남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천안의 연세우일치과, 김안과, 유니스건설, 중부도시가스와 아산의 ㈜한국메탈, 현대자동차 등 지역병원과 기업도 매월 정기적으로 직원이나 회사 차원에서 온정을 전달하고 있다. 엔젤유치원 등 지역교육시설에서도 고사리 손으로 모은 성금을 매년 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기부활동에 대해 뿌듯하거나 보람을 갖기 보다 ‘기부금이 많지 않다’며 부끄러워하거나 민망해 했다. 기부문화에 대해서도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 ‘기부문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기회가 되면 물질 외에도 능력을 기부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도 했다.

 이들은 “일부 모금기관 사람의 잘못된 행위 때문에 기부를 중단하면 정작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생각하니 온정의 손길을 놓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있어 따뜻하다

아산경찰서 보드미

아산경찰서(서장 양정식)는 20일 지역 초중고교에 재학중인 소년·소녀 가장 10명을 선발, 1인당 30만원씩 300만원의 장학금과 상품권을 전달했다. 아산서는 2006년 9월 소년소녀가장 등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이끌어가자는 취지로 ‘보드미’모임을 만들었다. 매년 두 번 모범 소년·소녀 가장을 선발, 1000여 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양정식 서장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꿋꿋하게 생활하고 있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격려하고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 올바르게 성장할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나눔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천안소방서 정우회

천안소방서(서장 홍상의) 여직원 모임인 정우회가 18일 지역 독거노인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였다. 2006년 조직된 정우회는 현재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독거노인 두 분의 자택을 방문해 청소 및 주변 환경을 정리했다. 또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마련한 쌀(20㎏) 두 포대와 라면 두 박스, 금일봉 등을 전달했다. 정우회 이미선 회장은 “소외계층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자원 봉사로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도움에 적극 참여 할 것이다. 앞으로 연말연시에 한정하지 않고 더 다양한 이웃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수신의용소방대

천안소방서 수신의용소방대(왼쪽사진)는 17일 수신면의 소년소녀가장들과 독거노인에게 나눔의 손길을 전했다. 의용소방대원 20명은 이날 추운 날씨에도 수신면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20여명의 집을 찾아 쌀(10㎏) 2포대씩 총 40포대를 전달했다. 병천119안전센터 직원들도 참여해 수신 지역 봉사활동에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수신의용소방대장은 “추운 겨울철 우리의 이웃들이 외롭고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지역사랑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아산시지부

농협중앙회 아산시지부(지부장 박길태)는 21일 아산시청을 방문해 복기왕 아산시장에게 이웃돕기 쌀 5480㎏(1256만원 상당)을 전달했다. 이 후원물품은 취급하고 있는 공익상품의 판매실적에 비례해 농협에서 기금을 출연, 조성했다. 조성된 기금을 사랑의 쌀 나누기로 관내 사회복지시설 성모복지원 등 4개소에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충남지부(지부장 오기섭)는 17일 천안시 성정1동 주민센터와 함께 성정동 지역의 독거노인 등에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연탄을 전달했다. 이날 충남도내 각 지역에서 모인 회원 50여 명은 2개조로 나뉘어 구입한 연탄 3000여장을 7가구에 직접 배달했다.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는 8년여동안 일주일에 2회 이상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기대의 기증물품(위)과 나사렛대의 성금 전달 모습.

한기대 GWP

한국기술교육대학교(총장 전운기, 이하 한기대) 교직원으로 구성된 GWP(Great Work Place;훌륭한 일터 만들기)TF팀이 갑작스런 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학생과 지역의 소외아동들을 돕기 위한 사랑의 모금운동을 벌였다. GWP TF팀은 대학 경영지원팀과 함께 지난 3일 교내에서 ‘사랑·나눔의 성금모금 일일찻집’을 운영했다. 이날 음료티켓판매비용 및 기부물품을 판매해 768만3000원의 성금을 모았다. 전 총장을 비롯해 교수, 교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한 건강식품, 양주, 신발, 양말, 화장품 등이 주요 판매물품이었다. GWP TF팀은 이날 모은 성금 가운데 496만원은 16일 천안 삼룡동에 있는 신아원과 성거읍에 있는 익선원(70명 아동 거주 및 보호) 두 곳의 아동보호시설을 찾아가 생활필수품과 간식거리, 영·유아를 위한 기저귀, 휴지, 세제류 등을 구입해 전달했다. 나머지 300여 만원은 총학생회가 모금한 200만원과 합쳐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 대학 건축공학부 4학년 이원재 학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군은 지난 9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어 그간 4차례의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앞서학과 졸업생동문과 교수, 학생들이 1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한 바 있다. GWP TF팀장을 맡고 있는 이승구 경영지원팀장은 “처음 시도한 일일찻집 행사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금을 낸 것은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며 “GWP의 활동이 어려운 학생과 지역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사렛대 원어민 교사

나사렛대학교(총장 임승안) 국제화교육특구사업단과 천안외국어교육원 원어민 교사, 교직원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정성을 모았다. 나사렛대 국제화교육특구사업단 원어민 교사와 천안외국어교육원 원어민 교사 등 60여 명은 21일 천안시청을 방문, 최근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충청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하는 ‘희망 2011 나눔캠페인 천안시 순회모금’ 행사자리에서다. 이날 전달식에 참석한 이들은 원어민 교사 대표 3인 애비게일 로우, 에밀리모펫, 데이빗 레어드씨. 20만원을 전달한 David Laird (25·천안신촌초·천안와촌초 교사)씨는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화 교육특구사업단 및 천안시외국어교육원 원어민 교사는 지난해 연말에도 천안시 주최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하여 성금을 전달한 바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를 상징으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국민의 성금(199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제정)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관리·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 공동모금회를 통한 성금은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문의=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042-489-8423)

구세군 자선냄비=구세군(救世軍)의 연중행사로 해마다 연말(12월 초∼24일 밤까지)에 하는 가두 자선모금운동. 한국에서는 1928년에 시작돼 매년 실시되고 있다. 성금은 영세민·사회사업시설·신체장애자·이재민 구호, 사회사업시설 원조 등에 쓰인다.

▶문의=구세군충서지방본영(041-572-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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