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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자동차 해외공장 … 인건비 비싼 미국에 한국 자동차 공장 왜 세울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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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9월 준공된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소형차 쏠라리스를 만들고 있다. 이 공장은 연 15만 대를 생산한다. [현대자동차 제공]


틴틴 여러분, 지난달 현대자동차가 중국에 제3공장을 짓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나요. 그럼 퀴즈 하나. 우리나라 차 회사가 외국에 왜 공장을 지을까요. 중국 공장 얘기를 먼저 꺼냈으니 인건비가 싸서 그렇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도 한국 자동차 공장이 있답니다. 비밀은 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때 각국 정부가 매기는 세금, 즉 관세에 숨어 있어요. 물론 이 밖에 다른 이유도 있지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알아볼까요.

◆관세가 무서워=여러분이 자동차 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2000만원짜리 차를 A라는 나라에 수출했더니 반응이 좋아서 잘 팔리는 거예요. 그 나라 차보다 값도 싸고, 품질도 좋았거든요. 그럼 이 나라의 자동차 회사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판매가 줄어들겠죠.

 이렇게 되면 A국 정부도 가만있진 않을 겁니다. A국 정부가 외국차를 수입할 때 차값의 50%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리면 어떻게 될까요. 값이 3000만원으로 뛰고, 자연히 판매량은 확 줄어들겠죠. 이처럼 외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매기는 세금이 바로 관세입니다. 자유로운 무역을 방해하는 관세를 서로 없애자는 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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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다시 퀴즈. 관세율이 높은 나라에 차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그 나라 땅에 공장을 지어 그곳에서 차를 생산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공장에서 생산된 차는 더 이상 수입품이 아니라서 관세를 매길 대상이 안 됩니다. 또 그 공장에서는 자연히 직원도 A국 사람을 쓰고, 세금도 A국에 내게 됩니다. 공장이 지역 살림살이에 큰 보탬을 주는 거지요. 결국 A국 정부로서도 그런 공장에 관세를 매겨 차별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자동차는 관세에 민감한 상품입니다. 값이 비싸기 때문에 관세율에 따른 가격변화가 심하거든요. 현재 한국 승용차를 미국에 수출하면 2.5%의 관세가 붙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3000만원짜리 차라면 75만원이 비싸지는 효과가 생기죠. 중국·인도는 훨씬 심합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중국은 23%, 인도는 62%까지 관세가 붙습니다. 한국에서 배에 차를 실어 인도로 수출하면 3000만원짜리 차의 값이 순식간에 4800만원 정도로 뛴다는 얘깁니다. 이쯤 되면 차를 팔기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국내 1위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미국·중국·인도에서 각각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뜯어 수출도=해외에 공장을 짓는 게 높은 관세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많은 나라가 완성된 차를 수입할 때와 자동차 부품을 들여올 때 관세율을 다르게 하고 있거든요. 이를 이용한 방법이 반조립 형태로 수출(CKD)하는 겁니다. 자동차의 핵심 부분을 몇 개의 반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만 하는 거지요.

 인도의 경우 완성차 관세는 최대 62% 정도지만, CKD 수출은 관세가 10% 정도로 뚝 떨어집니다. 최근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하기로 계약한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이 방식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반조립 상태로 인도에 가져가 조립해 팔겠다는 거지요.

 아예 다 만든 차를 다시 일부 분해해서 수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출 직전에 바퀴·운전대 등을 분리해 배에 실어 보낸 뒤 현지에서 다시 끼우는 방식입니다. 쌍용차는 렉스턴·카이런·액티언 같은 SUV를 이런 방식으로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스리랑카 등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쌍용차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경우 완성차는 30%의 관세가 붙지만, 이렇게 수출하면 관세를 아예 안 낼 수도 있다는 군요. 이 나라에서 인허가를 받은 현지 공장을 이용하는 조건입니다.

 GM대우도 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에 수출할 때 이런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소형차인 젠트라·젠트라X와 준중형차인 구형 라세티 등을 일단 만들었다가 분해해 수출합니다. 완성차 관세가 30%인 러시아도 이 방식으로 수출하면 관세를 안 낼 수 있답니다. 각 국이 이처럼 완성차보다 반제품이나 부품에 대해 관세를 낮게 매기는 이유는 자국에서 일자리를 더 만들기 위해서랍니다. 반제품을 들여와 조립할 경우 그만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는 자국의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지요.

 ◆‘현지화’는 역시 해외공장=그럼 모두 반조립 상태로 수출을 하면 되지 왜 돈을 들여서 힘들게 해외공장을 지을까요. 우선 반조립 수출을 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주로 기술력이 부족한 신흥국입니다. 또 현지 회사를 파트너로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요. 어디서나 통하는 방식이 아니란 얘기죠.

 이유는 또 있습니다. 사실 해외에 차를 많이 팔려면 각각의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차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한국에서만 만들어 수출하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지에서 부딪쳐 봐야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생활습관 등을 잘 알 수 있으니까요.

 현대자동차는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산 15만 대 규모의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첫 차는 소형차 엑센트의 러시아 전략형 모델인 ‘쏠라리스’입니다. 춥고 눈이 많은 러시아 날씨를 감안해 낮은 온도에서도 시동이 잘 걸리는 배터리와 와이퍼 결빙 방지장치 등을 넣었죠. 이 차는 이름부터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서 정했습니다.

 현대차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위에둥(중국형 아반떼HD)도 한국에서 파는 모델과는 약간 다릅니다.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을 감안해 이 차의 모델이 된 구형 아반떼(HD)보다 좀 더 크게 만들고, 뒤쪽 번호판 주변은 반짝이는 소재로 도금을 했습니다.

 우호적인 현지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2월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당시 조지아공대 기업혁신연구소는 이 공장과 협력업체, 관련 서비스 업종을 합쳐 2012년까지 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고 65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창출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조지아주 사람들이 기아차 공장을 얼마나 반겼을지 짐작이 되죠?

 해외 공장에서 차를 만들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1달러에 1100원 정도이던 원화가치가 달러당 800원으로 올라갈 경우 한국에서 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면 차값을 올리든지, 아니면 손해를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만들어 판다면 원화가치 변동에 따른 영향이 한결 줄어든답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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