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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협조하면 형 감면 ‘플리바기닝’ 내년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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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건 해결에 협조한 사람에 대해 기소를 면제하거나 형량을 깎아주는 이른바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 제도를 담은 법 개정안이 나왔다.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서 거짓말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시도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부패·테러·마약 등 특정 범죄에서 피의자가 결정적 진술을 하거나 물증을 내는 등 사건 규명에 기여한 경우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보통의 범죄에서는 이 같은 수사 협조자에 대해 형을 줄여주기로 했다. 법무부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김석재 형사법제과장은 “사건 가담자에 대해 혜택을 줌으로써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범죄나 부패사건과 같은 구조적인 범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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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에는 징역 5년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 수사에서 중요한 사실을 아는 것으로 추정되는 참고인이 2회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 기관에 나오지 않을 경우, 법원의 영장을 받아 강제로 데려올 수 있는 ‘중요 참고인 출석의무제’가 포함됐다. 1990년대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연루된 화이트워터 게이트 사건에서 스타(Starr) 특별검사가 중요 답변을 거부한 사건 관련자를 구금한 것과 유사한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허위 진술·증언을 하는 사람을 처벌하고 참고인·증인을 협박해 거짓말을 강요하는 것을 처벌하는 ‘사법방해죄’도 포함됐다.

 법무부는 또 살인·성범죄·강도·교통사고 등의 피해자가 재판에 참석,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피해자 참가 제도’도 마련했다. 이 밖에 수사 영상녹화물에도 조서에 준하는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의 설득 여부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형법) 교수는 “진술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을 아직 검찰이 버리지 못한 채 권력 강화에만 신경 쓴 개정안”이라며 “형벌을 면하기 위한 허위·축소 진술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수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관계 기관 의견과 여론 청취 기간을 거친 뒤, 내년 1~2월께 국회에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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