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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의 효능과 각종 건강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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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는 우리 민족의 문화·역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선조들은 황토를 단순한 흙의 범주를 뛰어넘어 주거와 식생활에까지 이용했고 건강요법으로도 활용해 왔다.

넓게 보면 인류문화의 발생과 발전도 황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른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도 황토 분포지와 연관돼 있다. 황토의 주요 분포지는 북위 22∼55도 사이에 위치하는데 세계 문명의 발상지인 인더스·황하·메소포타미아·이집트가 여기에 해당하며 우리나라도 이 지역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황토를 이용해 흙집을 짓고 살아 왔으며 황토에 농작물을 경작했다. 황토로 그릇을 굽고, 각종 질병 치료에도 활용했다. 최근에는 건축재료와 양어장 정화제, 적조 제거, 가축사료 첨가제, 황토방, 황토 침대 등 용도가 더 다양해졌다.

황토는 조선시대에는 질병 치료용으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산해경”에는 특히 소나 말의 질병이나 옴과 종기를 낫게 하는 데 황토요법이 사용됐다. “본초강목”과 “향약집성방”에는 아궁이 속의 흙을 부인의 어지러움이나 토혈·중풍 치료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왕실양명술”에도 임금의 병을 치료하는 데 황토방을 사용하였으며 세종·세조 임금은 왕과 왕자들이 피로할 때 쉴 수 있도록 3평 가량의 황토방을 궁 안에 만들어 일종의 ‘피로회복실’로 사용하게 했다.

황토는 상사병의 치료에도 효력이 있어서 강화도령 철종 임금이 고향에 두고 온 첫사랑을 못잊어 상사병에 시달릴 때 황토방에서 요양했다는 기록이 있다.

민간에서도 상사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황토를 은단처럼 만들어 먹였다고 한다. 이밖에 복어의 독을 없애는 데도 황토가 이용됐다. 복어를 먹고 죽어가는 사람을 오동잎·비파잎·뽕잎·박하잎 등을 바닥에 깐 뒤 여기에 눕히고 황토로 몸을 덮어 하룻밤을 지내게 하면 치료되었다고 한다.

태종 때 함경도에서는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하자 사람들이 진흙으로 떡을 만들어 먹고 기근을 면했으며 또 선조 때의 대기근에서도 황해도 봉산 땅에서 부드러운 진흙 70%에 싸래기 30%를 섞어 떡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황토는 화상 치료에도 특효를 발휘했다. 온몸에 중화상을 입은 사람은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를 땅에 묻고 황토수를 먹이면 화상이 치료됐다.

이밖에도 황토를 이용한 건강요법으로는 지장수요법·욕법·목욕법·찜질요법·마사지 요법 등이 있다.
지장수요법은 황토를 잘 걸러 고형물을 가라앉게 한 뒤 위쪽의 맑은 물로 눈에 눈꼽이 끼거나 가벼운 안질에 걸렸을 경우 눈을 씻으면 효험을 보았고, 이 물로 세면하면 피부에 좋다고 한다.

황토 욕법은 야산에서 흙을 약 1m 정도 판 후 그 안에 들어가 목만 내놓은 채 흙으로 온 몸을 덮고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다. 황토욕은 온 몸의 독을 제거한다고 한다.

황토 목욕법은 무명 자루에 황토를 두되가량 담아 묶은 뒤 이것을 섭씨 30∼40℃ 정도의 물이 담긴 욕조에 넣으면 물이 노란색을 띤다. 이 물에 15분 정도 몸을 담그면 몸 속의 노폐물이 제거되고 피부미용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황토 찜질요법은 황토를 무명 자루에 넣어 아랫목에 묻어 두었다가 자루가 뜨거워졌을 때 이것을 팔·다리 등 아픈 부위에 갖다 대거나 베고 있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감기에 걸렸을 경우에 황토 자루를 등에 대고 하룻밤 자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황토 마사지 요법은 길이 7cm 정도 되는 작은 가제 주머니에 죽염·황토·레몬즙 등을 섞어 반죽한 것을 넣는다. 세수한 직후 이 주머니를 얼굴 군데군데에 대고 꾹꾹 눌러 주었다가 피부에 흙의 촉감이 느껴질 때 떼어낸다. 이 미용법은 피부가 매끈해지는 효과가 있다. 지장수를 이용해도 같은 효과가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황토방은 옛날 시골의 황토 온돌방에서 지혜를 얻은 것으로 황토를 깐 방바닥을 따뜻하게 가열하여 그 위에 누워 있으면 황토로부터 원적외선이 나와 피부와 건강에 좋다. 똑같은 원리를 이용하여 최근에는 황토담요까지 제조되고 있으며 전기장치로 가열하여 그 위에 누워 있으면 여기서 나오는 원적외선 때문에 건강에 좋다.

김홍균 월간중앙기자
월간중앙(http://win.joongang.co.kr) 제287호 199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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