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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이터를 팠더니… 지뢰 39발이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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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군은 경기도 연천군 노곡교회 내 놀이터(사진 위쪽)에서 대전차지뢰와 고폭탄 등 총 42발(아래쪽)을 찾아냈다. 본지 탐사기획팀 보도가 나간 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군은 10월 11일부터 이곳에서 한 달여 간 지뢰 제거 작전을 했다. [연천=김경빈 기자, 프리랜서 신승철]

어린이 놀이터 밑은 ‘지뢰밭’이었다.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이 보도(9월 13일자 1, 4, 5면)한 ‘이 놀이터 밑에 지뢰 수십 발 있다는데…’라는 기사가 나간 뒤 국방부는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노곡교회 내 어린이 놀이터에서 특별 지뢰 제거 작전을 벌여 대전차지뢰 등 총 42발을 찾아냈다.

 육군 25사단 김정훈 정훈공보참모는 12일 “노곡교회 어린이 놀이터에서 각종 지뢰와 폭발물 등 42발을 찾아내 안전하게 제거했다”고 밝혔다. 군은 500㎡(150여 평)에 불과한 이 놀이터에서 ▶대전차지뢰(M7A2) 29발 ▶대인지뢰(M2A4, M14) 10발 ▶세열수류탄(M30), 고폭탄(76㎜), 대전차용 철갑탄(90㎜) 3발을 발견했다.

 본지 기사가 보도된 뒤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이 내용이 거론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한 참모가 “중앙일보 보도대로 어린이 놀이터에 지뢰가 실제로 있을까”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뢰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사안이니 만큼 관계 부처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즉각 대책에 나서 수차례 현지 조사를 벌인 끝에 10월 11일부터 한 달간 지뢰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현장에서 지뢰 제거 작전을 지휘한 이태옥(1공병여단·중령) 대대장은 “이 지역은 지뢰 매설 관련 정보를 담은 자료(매설지도 등)가 없어 작전에 무척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지뢰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련이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 하자 미국과 소련이 대치해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던 때다. 당시 군은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적의 주요 침투로 중 하나였던 경기도 연천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다고 한다. 80년대 중반 교회 앞 국도 포장 공사를 하면서 토사와 건설폐기물을 이곳에 2m가량 복토한 탓에 지뢰는 더 깊이 묻혀버렸다.

노곡교회 최병하 목사는 “마을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밑에 지뢰가 묻혀 있다고 해서 항상 불안했었는데, 모두 제거돼 다행스럽다”며 “앞으로 이곳을 ‘평화의 놀이터’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고성표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프리랜서 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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