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20> 인간을 위해 일하는 ‘워킹 독’

중앙일보

입력 2010.11.26 00:12

업데이트 2010.11.2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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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함께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에 이런 공인받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모두 합쳐 60여 마리입니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개는 많지만, 그 훈련을 통과해 자질을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안내견들은 일단 주인과 짝꿍을 이루면 은퇴하기 전까지 평생 헌신하는 삶을 삽니다. 시각장애 안내견 외에 청각장애 안내견, 치료 도우미견, 구조견, 탐지견, 연예견 등 인간을 위해 ‘일’하는 개들이 많습니다. 인간의 오감 신경을 보완해 주는 ‘워킹 독’들의 활약상을 살펴볼까요.

김효은 기자

장애인 보조견, 일반가정서 1년간 위탁훈련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훈련을 받고있다. 안내견은 보행 및 장애물을 인지하는 훈련을 받는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사용한 사람은 1972년 말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임안수 대구대 교수였다. 임 교수는 셰퍼드 종인 안내견 ‘사라’와 함께 귀국했다. 국내 양성기관에서는 94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리트리버 종 안내견을 첫 배출했다. 전 세계 안내견의 90% 이상은 기질,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상의 적합성 등이 검증된 리트리버 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안내견을 양성하는 곳은 보건복지부에서 공인한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2곳뿐이다.

한 마리의 안내견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정성이 필요하다. 우선 기질이나 혈통이 좋은 개들을 종모견으로 선발해 번식시킨다. 태어난 지 7주 된 강아지들은 일반 가정에 1년간 위탁해 사회화 과정을 거친 후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본격적인 훈련을 받는다. 6~8개월 동안 복종 훈련, 다양한 상황에서 보행 및 교통 훈련, 장애물을 인지해 안전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훈련 등을 받는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하우종 대리는 “예비견 중에서 안내견이 될 확률은 30~40%다. 애초에 똑똑한 강아지를 선발하지만, 훈련과정에서 기질이 적합하지 않는 개들은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은 푸들, 코카스패니얼처럼 소형견 중에 청각 능력이 뛰어난 개를 선발한다. 보통 실내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크기가 작은 개들이 좋다. 유기견센터에서 청각능력이 좋은 개를 뽑기도 한다. 하지만 유기견 때의 습관들이 남아있어 훈련 성공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훈련과정은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비슷하다. 청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초인종, 자명종, 아기울음, 압력밥솥, 화재경보 등의 소리를 듣고 주인에게 알려준다. 또 소리가 나는 곳까지 안내하기도 한다.

지체장애인 도우미견도 있다. 휠체어를 끌어주고 신문이나 리모컨 등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박성영 훈련팀장은 “훈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칭찬 훈련’을 한다. 장애인도우미견들을 절대 때리거나 강압적으로 훈련해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탐지견, 관세청·공항에서 100여마리 활동중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회의장 곳곳을 누비며 안전을 점검했던 개들이 있다. 바로 탐지견들이다. 고도로 훈련된 탐지견들은 후각을 이용해 폭발물이나 총기가 없는지 수색하는 일을 한다. 공항 입국장에서 활약하는 마약탐지견, 목조건물을 훼손하는 흰개미를 찾는 흰개미탐지견, 강력 사건에서 사체·실종자·증거물을 찾는 범죄수색견 등 탐지견들의 활약은 현장을 가리지 않는다.

최초 탐지견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군이 매설된 지뢰를 찾기 위해 양성한 개가 효시다. 탐지견의 후각은 인간에 비해 최소 1만 배에서 최대 100만 배까지 뛰어나다. 개의 후각세포는 2억~3억 개로 인간의 500만 개에 비해 월등이 많고, 코 안은 냄새를 맡기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항상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장비도 찾지 못하는 것을 탐지견이 찾아내는 이유다.

공항이나 우체국 화물센터 등에서 활약하는 마약탐지견은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 한 곳에서만 육성한다. 현재 100여 마리의 탐지견이 관세청·공항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탐지견 센터에서 훈련받는 개도 40~50여 마리가 된다. 견종은 다른 개에 비해 후각능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온순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시각장애안내견처럼 검증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이 여러 단계의 훈련을 거쳐 훌륭한 탐지견으로 성장한다. 마약을 찾으면 더미(마약을 재워놓은 타월)를 보상으로 줘서 물도록 한다. 대마·필로폰·코카인 등 7종류의 마약도 구분하도록 훈련한다. 1년 정도 훈련한 후 테스트를 거쳐 선발하는데 합격률은 30~40%다. 테스트에서 떨어진 개들은 마약보다 조금 더 쉬운 폭발물 탐지견 등으로 다시 훈련시킨다.

88년 국내에 마약탐지견을 처음 들여온 이래 가장 뛰어났던 개는 6월에 복제견으로 태어난 ‘투투’다. 투투는 공항에 투입된 지 20일 만에 가방 속 CD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마약을 찾아냈다. 탐지견센터의 정종수 행정관은 “보통 탐지견이 배치되면 1년 정도 적응기간을 거쳐야 일을 할 수 있는데, 투투는 적응기간 없이 바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찰이나 군에서는 폭발물·총기 등을 찾아내는 폭발물탐지견을 훈련시키고 있다. 또 삼성안내견학교에는 목조문화재를 갉아먹는 흰개미를 찾는 흰개미탐지견을 키운다. 우리나라 2642건의 목조 문화재가 있는데, 이 중 20%가 흰개미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흰개미의 특성상 3~6개월 정도 탐지기간이 필요한데 탐지견을 투입하면 조기 발견의 가능성이 높아져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연예견, 피레니즈·말티즈 등 예쁜 외모 유리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중인 연예견 상근이.

연예인(人)이 아니고 연예견(犬)이다. 드라마·영화·예능·뮤지컬까지 연예견의 활약이 대단하다.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의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상근이’도 각종 오락·드라마·광고 등을 섭렵했다. 팬클럽도 생겼고 상근이의 생활을 담은 웹툰도 인기다.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받는 연예견은 어떻게 뽑힐까.

연예견은 일단 예뻐야 한다. 털의 색과 모양이 곱고 다리가 곧게 뻗은 예쁜 개들이 유리하다. 또 움직임이 사랑스러워야 한다. 뛰는 모습이 경쾌하고 표정이 앙증맞은 개가 좋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유독 생기를 띠는 개들도 있다. 방송 등에서 선호하는 종은 그레이트 피레니즈, 골든 리트리버, 치와와, 말티즈, 화이트테리어 등이 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이 되며,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맞춤형 훈련을 받는다. 이삭애견훈련소 박형진 훈련부장은 “30% 정도가 오디션에 대비해 미리 훈련을 해놓는다면 70%는 외모로 선발한 이후 대본에 맞춰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훈련의 1단계는 ‘가정견 훈련’이다. 산책훈련, ‘앉아’ ‘엎드려’ ‘기다려’ 등 기본 지시 훈련, 구르거나 손을 내미는 재롱 훈련 등을 한다. 이 단계를 거치면 대본에 나오는 연기 훈련을 받게 된다. 박 훈련부장은 “영화의 경우 연기자가 개와 친해지기 위해 촬영에 들어가기 한 달 전에 집으로 데려가 키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현장에 소리가 크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놀라지 않도록 소음 적응 훈련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 등 촬영 현장은 연예견 위주로 진행된다. 처음 와본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일하기 때문에 강아지가 낼 수 있는 연기가 다 나오지 않을 수가 있다. 최대한 연예견이 편안하도록 상황을 만들어준다. 즉흥적으로 필요한 연기는 즉석에서 훈련시킨다. 박 훈련부장은 “주인 얼굴을 바라보고 낑낑거리는 연기를 해야 할 경우 훈련사가 낯선 배우 대신 주인공 대역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안내견에 대한 에티켓

쓰다듬거나 먹이 주지 마세요

버스·식당 출입 막으면 과태료

영국·미국·뉴질랜드·일본 등 28개국 80여 개 양성기관에는 약 2만 5000마리의 장애인 안내견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내견은 그 나라의 장애인 복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요. 안내견이 환영받는 곳일수록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길에서 안내견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내견에게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답니다.

1 안내견이 귀엽더라도 쓰다듬지 말아 주세요. 시각장애인과 걷고 있는 안내견을 쓰다듬으면 주의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안전한 보행을 방해해 장애인이 예기치 못한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 개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름을 부른다거나 헛소리를 내면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2 다른 애완견을 대하듯 음식을 주지 마세요. 안내견은 주인이 주는 사료만 정한 시간에 먹습니다. 태어난 이후부터 그렇게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식탐에 이끌려 경로를 잊어버리는 일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입니다.

3 버스 정류장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만나면 대기 중인 버스 번호를 알려주세요. 또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개는 색맹이기 때문에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4 모든 안내견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발행한 ‘장애인보조견 표지’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표지를 부착하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식당· 극장 등 공공장소에도 출입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장애인보조견 표지가 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입을 거부한 사람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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