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부모에게서 물려받고 … 사업 확장은 새 메뉴, 첨단 경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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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식 세계화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요즘 식당가에는 2세 경영 승계가 한창이다. 식당들이 대형화·기업화하면서 외국 유학까지 다녀와서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는 2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식당은 단순히 가업이 아니라 기업이며, 중요한 산업”이라는 게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다. 그들은 “어려서는 나중에 식당은 하지 않으리라는 꿈을 꿨고, 공부 열심히 해서 이 일은 하지 말라는 부모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집 주인이 된 2세 경영인 4명에게서 ‘이 시대 식당주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들었다. 이들을 최근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마르코폴로에서 만났다.

<참석자>

▶박영식(30)=(주)SG다인힐 부사장. 2004년부터 아버지 박수남(62)씨가 시작한 서울 신사동 삼원가든(1976년 설립)에서 경영수업을 하다 3년 후 독립해 외식 전문기업인 SG다인힐 설립. ‘퓨어멜랑주’·‘메자닌’·‘블루밍 가든’·‘부띠끄 블루밍’·‘봉고’·‘패티패티’등 총 여섯 개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삼원가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 호텔경영학과 졸업. SG다인힐 연매출 100억 원, 직원 180명. 삼원가든(19 연매출 2O0억 원, 직원 220명.

▶이종학(32)=가보정 갈비(1993년 설립) 대표. 어머니 김외순(60)씨가 수원시 인계동에서 하던 식당에 2006년부터 경영 참여. 미국 플로리다국제대학 호텔경영 학·석사를 마친 뒤 귀국해 경영 참여. 현재 수원과 수지 총 두 개 매장 보유. 두 매장 합쳐 연매출 150억 원, 직원 180명.

▶이승준(35)=황해도한정식전문점‘풍년명절’(1990년 설립)대표. 어머니인 요리연구가 추향초(65)씨가 서울 응암동에 시작한 식당에서 주차·서빙·주방일을 거쳐 경영을 시작. 직원 13명, 연 매출 12억.

▶주효석(48)=부대찌개 프랜차이즈 ‘모박사’(1988년 설립)대표. 조경공무원을 하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머니 모영희(63)씨의 식당을 이어받아 10년째 경영 중. 전국에 23개 체인점. 본점(안성점) 연매출 13억. 체인점 연매출 80억(기술지원비만 받으며 체인점 매출은 별개).

나는 부모 세대와 다르다

 박영식 : 아버지는 삼원가든만 하셨죠. 하지만 나는 ‘다(多) 브랜드화’전략을 구사합니다. 3년 사이 론칭한 6개 브랜드는 모두 컨셉트가 달라요. 마케팅에서 블로그도 활용합니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걸 좋아해 취미로 시작했는데, 2008년 파워블로거로 선정됐죠.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음식 사진을 찍고 관찰하면 저절로 공부가 되고요.

 주효석 : 부모님에게 식당은 생계 수단이었어요. 나는 이를 넘어 자부심을 보태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부모님은 전단지 돌리는 비용조차 아까워했지만 저는 과감히 투자했어요. 화장실부터 최신식으로 바꾸고, 식탁에도 고급 티슈를 놓았어요. 모박사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기술전수비용만 받고 체인점을 내줬고요. 또 2006년에 ‘김치 없는 부대찌개’를 특허 등록했어요. 10년 전부턴 테이크아웃용 부대찌개를 개발해 팔고 있고요. 전체 매출에서 테이크아웃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죠.

 이종학 : 경영에 참여해보니 식당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더군요. 부모님 세대의 오너들은 사람 사이에 있어 시스템의 개념 없이, 직원이 알아서 잘 해주길 바랐잖아요. 그건 규모가 커지면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직원 교육부터 시작했어요. 매주 한 번씩, 친절·위생·외국어를 교육했죠.

 이승준 : 저희 어머니도 요리만 아셨지 직원관리 시스템은 잘 모르셨어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도 그걸 손님들한테 제대로 설명할만한 직원이 없었어요.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자’고 결심했죠. 지난해 여름 벤치마킹 투어를 개발했어요. 직접 전 직원을 데리고 이틀 동안 서울 시내 다른 한정식 집들을 돌았죠. 서비스는 어떤지 맛은 어떤지 직접 느끼게 했어요. 색다른 동기부여 방식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해요.

그래도 부모님의 정신은 계승한다

 이종학 : 가보정에서 “일 좀 했다”고 말하려면 10년은 넘어야 해요. 평균 근속년수가 길다는 뜻이죠. 어머니가 체계적인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었지만 사람 사이의 정을 가장 중요시했어요. 디지털 시대라도 아날로그 시대의 정은 이어야죠.

 이승준 : ‘몸에 좋은 음식만 만든다’는 정신만은 꼭 이어나가고 싶어요. 어머니는 아직도 아무리 편리해도 화학조미료는 절대 안 된다고 고집하세요. 육수 하나만 해도 5년 넘게 숙성한 진한 간장에 채소와 과일을 넣고 끓여서 사용하는 식이죠.

 박영식 : 제가 2004년 열었던 일식당‘퓨어’는 실패 케이스예요. 당시엔 귀국 직후라 무조건 다르게만 해야 되는 줄 알았어요. 실패 후에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삼원가든의 ‘삼원’은 석 삼에 으뜸 원자를 써요. 친절·청결·맛에서 으뜸이 되잔 뜻이에요. 앞으로 어떤 새 브랜드를 런칭해도 기본을 기억할거예요.

 주효석 : 정성이죠. 어머니는 아직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육수를 끓이세요.

식당업은 장래가 무궁무진하다

 박영식 : 두 달 전 테스트키친을 만들었어요. 셰프들이 상주하며 메뉴를 연구해요. 해외시장 진출과 새 브랜드 개발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삼원가든을 중국 시장에 진출시킬 건데, 우선 중국인 입맛을 연구해서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요. 프랜차이즈화 할 수 있을 만한 브랜드도 새로 만들 거예요.

 주효석 : 그동안 세 개의 석사 학위를 땄어요. 창업학·풍수지리학·조경학. 이 세 가지를 접목시켜 멋진 비빔밥 브랜드를 내고 싶어요. ‘직원들 사장님 만들기’프로젝트도 구상 중이에요. 공헌도 높은 직원을 대상으로 체인점 점주 되는 것을 지원하는 거죠.

 이승준 : 한식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에요. 기존엔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재밌는 한식 메뉴들을 개발해야죠. 장소도 홍대 앞 같은 곳에 낼 거예요.

 이종학 : 직원들을 위한 복지 개념을 도입할 때가 됐어요. 선술집 브랜드를 만들어, 가족처럼 오래 일해 준 직원들에게 분양할 계획입니다.

이상은 기자 coolj8@joongang.co.kr

◆인터뷰 후기=네 명의 CEO는 처음 만났을 때 긴장하고 어색해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들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서로의 얘기에 쉽게 공감하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엔 저마다 외식업계 2세 오너로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종학 사장이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 생길 땐 어떻게 하냐”고 묻자 “아버지가 엄해 의견 충돌이 없어요”(박영식) “맛만 그대로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해결돼요”(주효석)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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