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맞아도 못 산다’는 차별화가 매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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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호 27면

세계 3대 명차 브랜드인 영국 벤틀리가 1일부터 예약 주문을 받고 있는 최고급 승용차 모델 뮬산의 주행 모습. [벤틀리 제공]

6억원짜리 승용차와 80억원짜리 집. 대한민국 0.01%에 속하는 최고급 고객(VVIP)을 위해 최근 특별히 선보인 초고가 상품들이다. 차 한 대 값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값을 웃돈다. 집 한 채를 사려면 연봉 4000만원짜리 월급쟁이가 20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10월 말 추첨한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이 28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로또 번호 6개를 모두 맞히는 행운이 찾아와도 이 집은 살 수 없다. 여윳돈 100억원이 넘는 자산가가 아니라면 넘볼 수도 없는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수퍼리치(Super Rich)’라고 불리는 ‘부자 중의 부자’들은 희소가치를 지닌 명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소비심리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부자 중의 부자’를 위한 초고가 상품의 세계

영국의 벤틀리는 1일부터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최고급 승용차 모델인 뮬산(Mulsanne)의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고급 차 축제인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 부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 승용차다. 차값은 기본형이 5억27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이고 옵션 추가 비용과 취득·등록세 등을 포함하면 6억원이 넘어간다. 롤스로이스·마이바흐와 함께 세계 3대 명차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는 1919년 설립돼 9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의 팀 매킨레이 지사장은 “모든 제작 공정이 숙련된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문 후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할 때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벤틀리 전시장 2층을 찾아가 전시 중인 실물을 살펴봤다. 길이 5.575m, 무게 2585㎏의 육중한 덩치는 시선을 압도했다. 벤틀리의 우승철(딜러) 과장은 날개 모양의 벤틀리 마크를 가리키며 “이것만으로도 옵션 가격이 500만원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집값 80억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산운 아펠바움(조감도). [SK건설 제공]

보닛을 들어 올리자 엔진 용량 6과 4분의 3L(6750㏄)라는 표시와 함께 은색으로 반짝이는 8기통 대형 터보엔진 2개가 한눈에 들어왔다. 최대 출력 512마력, 최고 토크 104㎏·m의 힘으로 최고 시속 296㎞를 낸다고 한다. 엔진 옆에는 ‘Handbuilt in Crewe, England(영국 크루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란 글과 제작 책임자의 서명이 담긴 금속판이 놓여 있었다.

우 과장은 “외관 색상의 종류가 114가지나 되는 등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무궁무진하다”며 “사실상 단 한 대도 같은 차가 없고, 모든 고객이 자신을 위해 특수 제작한 차량을 소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최근 2억원대의 ‘가야르도 LP 550-2’ 모델을 선보였다. 2007년 람보르기니의 한국 진출 이후 가장 저렴한 모델이라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의 가야르도 모델은 3억원대 중반에 판매해 왔다” 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부자를 위한 고급 라인도 강화한다. 이 관계자는 “5억원대의 최고급 모델인 무르시엘라고는 내년에 ‘83X(코드명)’란 후속 모델이 나온다”며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 사전 예약을 받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벤틀리·람보르기니 등을 포함한 수입차에 대한 수요는 경제 성장과 함께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수입차 판매는 총 9만1000대로 전년보다 49%나 증가하고, 내년에는 10만2000대에 달해 처음으로 ‘수입차 10만 대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3.3㎡당 땅값만 2400만원대
주택시장에선 분양가 80억원짜리 단독주택이 등장했다. 아파트·빌라·단독주택을 통틀어 역대 최고 분양가다. SK건설이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서판교 운중동 산운마을에서 분양 중인 ‘판교산운 아펠바움’의 전용면적 310.18㎡(약 93.83평)짜리다. 2002년 10월 준공 이후 한동안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최고급형(전용 301.46㎡, 국민은행 기준시세 56억5000만~61억원)보다 30억원가량 비싸다.

판교산운 아펠바움은 총 34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가격은 30억원대 12가구, 40억원대 14가구, 50억원대 4가구, 60억원대 2가구이고, 79억원짜리와 80억원짜리가 각 1가구다. 주택 전용면적은 최소 176㎡~최대 311㎡로 다양하다. 집값 계산에는 건축비보다 땅값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시행사인 SK디앤디의 설명이다. 80억원짜리의 경우 대지 지분 804㎡에 대한 가격은 58억8000만원으로 전체 분양가의 70%가 넘는다. 3.3㎡당 땅값이 약 2417만원이란 얘기다. 입주는 2012년 4월 예정이다.

SK디앤디 마케팅팀의 장영신 과장은 “한때 초고층 주상복합이 고급 주택의 흐름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자연환경이 뛰어난 전원형 단독주택으로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VVIP들은 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단독주택을 따로따로 짓는 것에 비해 건설사가 계획적으로 설계해 주택가를 형성하면 보안과 사생활 보호에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SK건설은 2~4일 금융결제원을 통해 입주 희망자를 공개 모집했으나 단 한 건의 청약도 없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택 20가구 이상을 분양할 때는 공개 모집을 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절차였을 뿐이란 것이다. 장 과장은 “이달 말 샘플하
우스의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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