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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완화 효과 제한적 … 추가 조치 가능성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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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폴 볼커 미국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이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의 재균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볼커 의장은 키가 2m1㎝나 되는 장신이다. 큰 키로 인해 마이크와의 거리가 너무 먼 탓에 강연 중간중간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아 동시통역사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태성 기자]

“QE2(2차 양적 완화)? 이름부터 잘 이해가 안 된다. 과도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폴 볼커(83)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현직에 있는 후배들의 ‘조바심’이 영 마뜩잖다는 표정이었다.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초청강연에서다. 질의응답에 앞서 그는 연준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결국 할 말은 다했다. “지금의 통화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평가다.

 최근 연준이 재개키로 한 양적 완화가 미국의 경기회복에 큰 추동력이 되지 못할 것이란 게 그의 시각이다. 오히려 돈을 찍어냄으로써 나타날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는 “양적 완화는 장기국채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라면서 “하지만 이미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추가 양적 완화 때문에 영향을 받는 반면 정작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연준이 이를 들고 나온 건 “선택이 제한된 상황에서 뭔가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볼커 전 의장이 양적 완화의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한 건 인플레다. 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더딘 회복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진흙탕 속을 걷는 것’에 비유했다.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탄탄한 땅을 다시 밟기 위해선 이를 거쳐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화정책 담당자들이 쉽게 가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인플레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게 가장 큰 유혹일 것”이라며 “그런 유혹에 넘어가면 원했던 결과도 얻지 못한다는 걸 우리는 과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달러의 향방에 세계경제 전체가 좌우되므로 통화정책을 쓰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연준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권한과 함께 책임과 의무도 다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도 재정적자 압박에 대처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건전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만 “똑똑한 연준이 달러를 무한대로 푸는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은 배제했다.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미국의 힘만으론 부족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자본이란 바다 위에 떠 있는 가장 큰 배이지만 예전과 다른 건 요즘은 작은 배들이 풍랑을 더 잘 헤쳐나가고, 새로운 대형 선박들도 많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말로만의 공조가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경제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선 중국 등 신흥국들도 각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수조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건 과거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라면서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흥국들이 수출의 힘만으로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과다한 해외자금 유입이 걱정된다면 자국 내 불균형에 원인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폴 볼커=연준 의장 시절에는 ‘인플레 파이터’로, 최근에는 ‘볼커 룰’로 주목을 받았다.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인 1979년 연준 수장에 오른 뒤 정책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며 인플레에 맞섰다. 당시 그의 초고금리 정책은 정치권의 거센 공격을 받았고, 흥분한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와 연준 건물을 봉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과감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81년 13.5%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2년 뒤 3.2%까지 떨어졌다. 이후 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재지명돼 87년까지 재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경제 자문역으로 상업은행의 과도한 위험자산 투자를 막는 ‘볼커 룰’을 주창, 올해 발효된 금융개혁법에 이를 상당 부분 반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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