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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정체성 조사] 기혼자 2.8%만 "아버지와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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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결혼한 한국인은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 아니라 부모와 잘 만나지도 않고, 우울할 땐 부모나 배우자보다는 친구를 먼저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혼은 매우 중시하며 이혼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핵가족화로 부모와는 멀어지고 이혼도 늘고 있지만 부부나 결혼의 가치는 여전히 존중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가족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2003, 2004년 실시한 '한국종합사회조사(KGSS)'와 국제사회조사기구(ISSP)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다. ISSP는 2001, 2002년에 미국.일본 등 28개국을 대상으로 KGSS와 같은 설문 조사를 했다.

◆부모와 같이 사는 자식 적다=2004년 KGSS에 따르면 한국인 기혼자 중 아버지와 함께 사는 사람은 2.8%, 어머니와 함께 사는 비율은 6.7%에 불과했다. 아버지와 동거 비율을 높은 순서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29개국 가운데 18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8개국의 아버지 동거율은 7.7%로 우리보다 2.8배 높았다. 어머니 동거율도 8.8%로 우리보다 높은 편이었다(ISSP 2001년 자료).

부모와 같이 사는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동유럽.남미.남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 많았다. 서유럽.북유럽.미주.오세아니아는 우리보다 낮았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 중에서 일본은 아버지와 동거율 14.7%, 어머니와 동거율 16.4%로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아버지 동거율이 40.1%, 어머니는 38.9%나 됐다. 결혼해도 대개 부모와 동거하거나 분가해도 부모 집 인근에 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잘 만나지도 않는다=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 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아버지를 만나는 사람은 11%, 어머니를 만나는 사람은 14.2%였다. 28개국 평균은 아버지 27.7%, 어머니는 33.1%였다. 우리나라는 아버지.어머니 둘 다 29개국 가운데 최하위에 랭크됐다.

그렇지만 친구는 훨씬 자주 만난다. 매일 또는 일주일에 두세 번 친구를 만난다는 사람이 49%나 됐다. 부모보다 서너 배 많이 만나는 셈이다. 28개국 평균(42.4%)보다 높았다.

대신 e-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부모나 형제를 접촉한다. 한국인 80~90%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부모에게 연락한다.

우울할 때 이야기 상대로 친구나 동료.이웃을 찾는 사람이 55.4%로, 부모.친척(37.9%)이나 배우자(20.7%)보다 높았다. 다른 나라들은 친구가 23.95%로 부모.친척(25.4%)이나 배우자(40.8%)를 찾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 사람들은 우울할 때 배우자에게 얘기하는 경우가 20.7%로 28개국 평균(40.8%)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구혜란 전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산업화.도시화로 분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전화.편지.e-메일로 가족의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돈 빌릴 때는 가족 찾는다=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친구를 찾지만 어려울 때는 그래도 가족이 최고다. 돈을 빌릴 때 가족을 먼저 찾는 사람이 50.6%인 반면 친구는 19.2%였다. 집안일을 부탁하는 대상도 가족(40.3%)이 친구(11.5%)보다 많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돈을 빌릴 때 가족을 찾는 경우는 40.4%, 친구는 8.7%였다.

'결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체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와 필리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헝가리.체코.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긍정하는 축에 들었다. 반면 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스페인 등은 부정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이혼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히 보수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대만.필리핀과 함께 이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나라에 속했다. 독일.스페인.포르투갈.멕시코.칠레 등은 이혼에 대해 긍정적인 나라에 속했다.

우리나라는 혼전 동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강했다. 스웨덴.프랑스.핀란드.노르웨이 등은 긍정적이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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