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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압' 없던 증상 갑자기 생기면 더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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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저혈압은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

상반된 두 의견 중 어느 쪽이 옳을까. 두 의견 모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단정적인 결론은 자칫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체질성 저혈압은 괜찮다=저혈압은 안정시 혈압이 90/60㎜Hg 이하일 때를 말한다. 의학적으로 고혈압(140/90㎜Hg 이상)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직전 고혈압(120~139) 역시 운동.식사요법을 통해 정상 혈압으로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저혈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는 "특별한 증상 없이 체질적으로 늘 혈압이 낮은 저혈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혈압은 낮을수록 혈관에 압력을 덜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낮은 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사망률이 높지 않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단 체질성 저혈압이라 하더라도 '기운이 없다''남보다 활력이 없다''어지럽다'등의 증상으로 불편할 땐 약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단 이때도 약물 치료로 혈압을 정상으로 만들지는 않으며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약간 짭짤한 음식을 먹는 것 정도가 권장된다.

◆갑작스럽게 저혈압이 됐을 때=평상시 혈압이 정상 혹은 고혈압이었다가 갑자기 저혈압이 발생했다면 심각한 응급상황일 수 있다. 대량 출혈로 혈압이 뚝 떨어지면서 쇼크 상태에 빠질 때, 열사병, 심한 탈수, 균이 전신에 퍼지는 패혈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물론 이때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예컨대 출혈이 문제라면 지혈과 동시에 손실된 혈액을 수혈을 통해 보충해줘야 한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은 아니지만 이전에 없던 저혈압이 생긴 경우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숨어 있던 병을 발견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생긴 피로감과 어지러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K씨(31.남). 검사상 혈압은 85/60㎜Hg, 혈색소가 9g/㎗(정상 12~16g/㎗)인 빈혈로 나타났다. K씨가 지난해 가을 직장 신체검사에서 확인한 혈압은 115/75㎜Hg. 몇달 만에 생긴 저혈압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K씨는 십이지장궤양과 이로 인한 출혈이 있음이 발견됐다. 분당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소화성 궤양 환자 중 10%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K씨처럼 저혈압이 초래될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K씨는 궤양과 빈혈 치료 후 저혈압이 개선됐다.

◆기립성(起立性) 저혈압도 관리해야=누웠다 일어날 때 어지러우면서 앞이 깜깜해지는 경험을 했다면 기립성 저혈압에 해당한다. 최 교수는 "갑자기 위치를 변화시킬 때 일순간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 혈압이 떨어진다"며 "심한 경우 졸도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흔히 발생하며 고혈압을 치료하는 초기에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립성 저혈압 예방을 위해선 자세를 변화시킬 때 천천히 동작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누웠다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앉은 다음 시간을 두라는 것. 또 가능한 한 벽을 잡고 일어나고, 어찔하다 싶으면 그 순간 쪼그리고 앉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상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끼니를 거르거나 과식했을 때, 햇빛에 오래 노출된 경우, 피로할 때, 음주 등도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피해야 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 저혈압이란= 안정시 혈압이 90/60 ㎜Hg 이하

◆ 고혈압이란= 140/90㎜Hg 이상

*** 심각한 저혈압의 원인

▶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

-심한 출혈, 저체온증,열사병, 알레르기성 쇼크(주사, 벌에 쏘였을 때 등), 확장성 심근염(심장 수축이 안 됨), 심한 탈수, 패혈증, 내분비 질환(부신기능 부전 등)

▶ 응급은 아니나 치료가 필요함

-과다 생리, 심한 더위, 중등도 탈수, 사우나나 열탕에 오래 있을 때, 심리적인 충격

*** 문제되는 증상

▶ 어지럼증, 피로감, 두통,눈앞이 흐릿해짐, 주의력 감소, 메슥거림,속 불편함, 근력이 약해짐(힘이 빠짐), 기절(졸도), 맥박이 빨라짐, 피부가 차고 창백해짐, 호흡이 얕고 빠르게 쉼

사례1. 체질성 저혈압

▶ 31세,여자, 마른 체형

키 161㎝, 몸무게 46㎏

(체질량 지수:17.8,정상은 18.5~23)

▶ 생활습관=아침은 거르고 점심.저녁도 조금씩만 먹는다. 음식은 최대한 싱겁게 먹는다.

▶ 병원을 찾은 이유=가끔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 아침에 일어날 때 나른하고 머리가 핑돌 때가 있다. 건강검진상 저혈압이라고 들었다.

▶ 검사=혈압 85/55㎜Hg. 혈액검사 등 다른 검사상 이상 소견은 없음.

▶ 진단=체질성(본태성) 저혈압

▶ 치료(권장사항)=하루 세끼 식사를 꼭 챙겨 먹는다. 지금보다 약간 짭짤한 음식을 즐겨 먹는다.

▶ 경과=3개월 후 체중 50㎏, 혈압 95/60㎜Hg으로 증가. 어지럼증, 나른함, 기운 없는 증상이 사라짐.

사례2. 기립성 저혈압

▶ 63세, 남자, 보통 체형

키 168㎝, 몸무게 63㎏(체질량지수:22.3)

▶ 병원을 찾은 이유=3주 전부터 혈압이 높아(165/95㎜Hg) 약물치료 중. 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다 바닥에 쓰러짐.

▶ 검사=혈압 140/90㎜Hg. 혈액검사 등 다른 검사상 이상 소견 없음.

▶ 진단=기립성 저혈압(쓰러질 당시엔 혈압이 90/60㎜Hg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 고혈압 치료 처음 2~3주 이내에 발생할 수 있음.

▶ 치료(권장 사항)=앉았다 일어날 때 벽 등을 잡고 서서히 일어난다. 어지럽다 싶으면 쪼그리고 앉거나 다시 눕는다.

▶ 경과=자세를 변화시킬 때 서서히 움직이면서 조심함. 고혈압 치료약은 계속 복용.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기립성 저혈압 재발 없이 잘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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