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단도 … 수퍼 차이나 시대 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다음 달 내한하는 중국국립교향악단과 지휘자 리신차오(맨 앞). 악기는 낡았고, 세련미는 부족하지만 기개가 상당하다. 중국 특유의 클래식 소화법을 볼 수 있다. [한국음악협회 제공]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꼽아보자. 대부분 미국 혹은 유럽, 그 중에서도 서유럽에 몰려있다. 여기에 중국이 끼어들 수 있을까. 수퍼파워 중국이 클래식 음악에선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까. 11일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국립교향악단의 관시아(關峽) 단장은 “중국의 오케스트라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무엇이 특이한가=중국국립교향악단의 소리는 독특했다. 100여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이날 베이징 중심지의 북경음악청에서 조선족 작곡가 10명의 작품 열 곡을 연주했다. 전체적으로는 선율이 굵직했다. 예쁘게 다듬은 소리 대신 배포 있는 ‘덩어리’를 내놓는 무대였다. 특히 호른·트럼펫 등 금관악기 소리가 세계 일류 오케스트라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튼튼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현악기는 빈약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사이의 일체감이 보이지 않았고, 집중력 또한 부족했다. 무엇보다 각각의 악기 자체가 크게 좋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 연주자들의 통 큰 잠재력에 비해 세련미가 없었다.

 오케스트라의 주샤오치(朱小秋) 매니저는 “질 좋은 고가 악기를 구입하는 것이 우리의 오래된 숙제”라고 말했다. 단원들이 ‘공용 악기’를 쓰는 것은 중국 오케스트라 만의 특징이다. 그는 “단원들이 오케스트라에서 나갈 때는 악기를 반납하는데, 현악기는 몇 십 년 전 구한 것들을 그대로 이어가며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 도전하다=중국국립교향악단은 1956년 창단했다. 중국 최초의 서양 오케스트라다. 초창기에는 나랏돈으로 러시아·동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단원들이 주를 이뤘다. 최근 중국 음악가들은 세계 각지로 유학을 떠난다. 현재 상임 지휘자인 리신차오(李心草) 역시 프랑스 브장송 콩쿠르 2위에 입상한 영 파워다. 중국국립교향악단은 1999년 28세였던 리신차오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변화를 꾀했다.

 교향악단 이름도 바꿨다. 처음 ‘국가중앙악단’에서 96년 ‘중앙’을 떼어냈다. 영어로 표현했을 때 ‘센트럴(central)’보다 ‘내셔널(national)’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이름을 달고 세계 투어를 떠난다. 2006년 미대륙을 횡단하며 12차례 연주했다. 이 밖에도 독일·프랑스 등 서양음악의 ‘1번지’에서도 공연했다. 관시아 단장은 “96년 이후 기업의 후원도 받기 시작해 현재 전체 예산 중 국가 지원이 30%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오케스트라는 전열을 가다듬은 후 세계로 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는 2004년 이후 네 번 들어왔다. 라흐마니노프·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작곡가를 주로 연주했다. 이처럼 한정된 연주곡 또한 오케스트라의 극복 과제로 지적됐다. 요즘 오케스트라는 연주 범위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다섯 번째 내한인 다음 달 공연에서는 독일 정통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들려준다. 세련된 화음과 철학적 깊이가 필요한 작품이다. 오케스트라 단장의 호언장담처럼, 중국 교향악단이 곧 세계적 반열에 진입할 수 있지 점쳐볼 수 있는 무대다. 한국음악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국제음악제’(11월 4~14일) 중 하나다.

 ▶중국국립교향악단 내한=11월 9일 서울 예술의전당, 11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 12일 거제문화예술회관, 14일 부산문화회관. 02-744-8061.  

베이징=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