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lose-up] 독일 명품 보그너사 보그너 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독일 명품업체 ‘보그너’의 빌리 보그너(68·사진) 회장이 최근 방한했다. 한국 코스모그룹과 50대 50 합작으로 국내에 세운 아시아지역본부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보그너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적이면서 너무 과시하지 않고, 기능성을 강조하는 보그너의 특징은 한국적인 사고와 잘 맞는다”며 한국에 아시아본부를 설립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에 시간과 돈이 있는 부유층이 넘쳐나고 있다”며 “아시아본부 설립은 아시아의 감성과 독일의 품질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시아 비중을 전체 매출 중 4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1932년 설립된 보그너는 스키·골프· 테니스웨어 등으로 구성된 ‘보그너 스포츠’와 ‘보그너 맨·우먼·키즈’,‘소니아 보그너’(고급 여성복),‘보그너 파이어&아이스’(영 캐주얼) 등 6개의 의류 라인과 핸드백·안경·향수 등 3000여가지 제품을 갖추고 있다.

현재 보그너의 아시아 매출 비중은 약 13%다. 그는 “진정한 명품의 가치는 오래 유지되는 품질과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에서 나온다”며 “30년 된 보그너 재킷을 지금도 애용한다는 고객을 볼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키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회사를 만들었을 때부터 기능성과 디자인의 결합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 보그너가 디자인을 총괄했듯이 지금은 그의 아내 소니아가 명품 여성복 라인 ‘소니아 보그너’를 관장하고 있다. “스포츠는 아버지에게서, 감각은 어머니에게서 각각의 장점만 취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보그너 회장은 “스포츠는 현대 사회에서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고 말했다.

 보그너 아시아는 내년 8월 중국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항저우(杭州) 등 5곳에 점포를 낸다. 아시아본부는 디자인팀을 두고, 내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아시아의 감성이 반영된 특화 제품을 디자인해 선보일 계획이다. 통상 명품업체들은 유럽이나 미국 본사에 디자인팀을 두고, 본사에서 만든 제품만을 팔고 있어 보그너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다.

보그너 회장은 아버지 빌리 보그너 1세가 만든 회사를 77년에 물려받아 이끌고 있다. 스키 노르딕 복합경기에서 11번 우승했던 아버지에 이어 본인도 60년과 64년 올림픽에 독일 스키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그는 37개의 스키 영화를 만든 이색 경력도 갖고 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76년), ‘뷰 투 어 킬’(85년) 등 총 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오는 스키액션 장면을 직접 감독·촬영하기도 했다. 보그너와 합작한 코스모그룹은 화학소재·건설엔지니어링·무역·유통 사업을 벌이고 있는 GS그룹 방계회사다.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경수 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