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아끼던‘장롱 특허’구조조정 왜?

중앙일보

입력 2010.10.18 00:59

업데이트 2010.10.18 01:01

지면보기

종합 24면

지난해 한양대는 특수한 막을 이용해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CO2)만을 분리해내는 특허기술을 미국 기업에 이전하는 대가로 150만 달러(약 17억원)를 받았다. 게다가 향후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친환경 산업 등에서 큰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평가되는 이 기술 덕분에 한양대는 꽤 쏠쏠한 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한양대의 독특한 특허관리 시스템 덕분이었다.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2006년 기술특허 관리를 위해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변리사를 채용했고 2008년부터는 ‘발명자 인터뷰’라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대학 소속 변리사와 특허경영 컨설턴트, 대학 산하 기술지주회사 관계자 등이 해당 연구팀을 인터뷰한 뒤 성장 가능성과 시장성을 판단한다. 이를 통과한 경우에만 특허 출원비와 유지비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산학협력단장인 박재근(전자통신공학부) 교수는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특허는 쓸모가 없다”며 “전문가들이 기술의 시장성을 판단해주기 때문에 교수는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2008년 한 해에만 기술 이전료로 251억원을 벌어들였다. 여기서 특허 유지 등 관련 비용을 빼고도 51억원이나 남겼다. 국내 대학 중 단연 최고였다.

 올해 들어서는 KAIST·성균관대·전남대가 ‘발명자 인터뷰’를 도입했다. 그동안 특허 출원 건수에만 매달리던 것에서 기술의 시장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셈이다. 특허청도 이들 대학에 제도 운영비로 45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특허 출원·유지 관련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출원했지만 정작 그 기술로 인한 수입이 별로 없어 많은 대학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학별 특허 및 기술 이전 수입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6~2008년 사이 156개 4년제 대학이 보유한 특허는 4만4169건이었다.

하지만 기업 등에 이전된 기술은 6.1%(2735건)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전체 대학의 기술이전 수입(403억원)은 특허 유지비(512억원)에 훨씬 못 미쳤다. 특허를 계속 유지하려면 매년 많게는 100여만원의 특허 유지비를 내야 한다. 물론 출원 과정에서도 돈이 들어간다. 미국의 경우 2007년 대학 특허 등록건수는 3258건으로 한국 대학(4042건)보다 적었다. 하지만 기술이전 건수는 한국 대학보다 3배(4316건) 많았고 수입액도 75배(2조802억원)나 됐다. 특히 스탠퍼드대는 자체 기술특허사무소(OTL) 소속 전문가 30여 명이 엄격한 특허 등록심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롱 특허’ 유지비를 줄이고 시장에 팔 수 있는 기술 위주로 예산을 분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지 않은 특허를 유지해주느라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쓰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상기 의원도 “시장성 있는 기술 관리 위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서 가장 많은 특허(102건)를 가진 KAIST 이대길(기계과) 교수는 “특허를 많이 등록해봐야 ‘대어’를 낚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반박했다. 또 교수 업적평가에서 특허 등록건수를 비중 있게 평가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