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학생 되기 경희대 한의예과 & 아주대 의과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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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MY STUDY는 중·고등학생 독자에게 하루 동안 원하는 대학교의 학생이 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 목표한 대학의 학과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 진로를 제대로 정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새 학기를 맞아 처음 탐방한 학교는 경희대학교 한의예과와 아주대학교 의과대다.

9월 17일 아주대 송재관 제1 강의실

“희귀 혈액형 소유자인 갑의 아들은 수혈이 필요해요. '갑'은 종합병원 원무과 직원인 '을'에게 돈을 주고 같은 혈액형을 가진 '병'을 소개 받아 수혈을 했어요. 누가 처벌을 받을까요?” 임영애 교수의 ‘의료법규’ 강의가 시작됐다. 1일 대학생 양한솔(경기 수원외고2)군과 김윤아(서울 가락고 2)양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강의에 집중했다. 하지만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듣는 수업인데다 전문용어가 많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의 갑론을박이 끝나자 임 교수는 “혈액관리법상 헌혈은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알려줬다. 양군은 “수업이 사례위주로 돼있어 재미있었다”며 “빨리 의대생이 돼 다른 수업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멘토와의 대화’ 수업도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멘토를 초청해 조언을 듣는 이 수업은 의대생들만 들을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승복 박사. 체조선수였던 이 박사는 훈련 중 사고를 당해 사지가 마비됐으나, 역경을 극복하고 존스홉킨스 병원 수석 전공의가 됐다. 이 박사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의사가 갖춰야 할 첫째 조건”이라며 “한계를 넘어 꿈을 꾸라”고 강조했다.

1일 멘토 조민형(21·의예과 2)씨는 두 학생을 생화학분자생물학 교실로 안내했다. 암 억제 유전자의 변이를 조사하고 있던 조혜성 교수는 “교과목 중심의 전통적 교육과정을 탈피해 기초-임상의학간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양은 조씨의 도움을 받아 파이펫(시약처리 때 미세한 양을 조절하는 실험 기구)으로 세포를 직접 염색해봤다. “체계적인 실습과 실험을 통해 의학지식을 익혀나가는 의대생들이 부러워요. 저도 꼭 되고 싶어요.”

9월 27일 경희대 한의대 남천실

문병철(왼쪽)씨가 경희대 한의예과 1일 대학생 이준규(가운데)·김현식군에게 여러 가지 한약재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성숙한 귤의 노란색 껍질은 진피(眞皮)라 부르고 덜 익은 귤의 초록색 껍질은 청피(靑皮)라고 하죠. 한방에서는 이것들이 모두 훌륭한 약재(藥材)로 쓰입니다.” 구영민 교수가 진행하는 본초학 수업은 여러 가지 약재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 시간이다. 1일 대학생 이준규(서울 장충고 2)·김현식(서울 장충고 1)군이 강의 내용을 부지런히 노트에 받아 적어 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한자가 너무 많아 수업을 쫓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두 학생의 난감한 표정을 본 멘토 문병철(21·한의학과 1)씨가 격려했다. “우리 과에 들어오면 1학년 때 ‘맹자집주’라는 한자교재를 통째로 암기해야 돼. 한자는 입학해서도 얼마든지 익힐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문씨는 두 학생을 실험실로 데려갔다. 본초학 시간에 배운 약재들을 실제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녹용·당귀·인진 같이 흔한 약재부터 천궁·용안육 같은 생소한 약재까지 꼼꼼히 살펴본 이군은 “약재의 이름과 쓰임을 정확히 알고 나니 진짜 한의사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침놓는 법을 배우는 실습실에서는 김군이 실험대상을 자처했다. 문씨는 주요 혈자리를 알려주며 “한의학에는 철학과 인문학적 요소가 혼재돼 있으니 독서를 폭넓게하고 다방면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내신관리 잘하고 수능 잘 쳐야 합격 안정권

의대와 한의대는 가장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두 학교 멘토들은 “수능을 잘보고 내신관리를 잘하는 것만이 합격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아주대는 2009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과의 병행체제로 전환해 신입생 모집인원이 더 줄어들었다. 특목고생인 양군은 내신 부담을 걱정했다.

아주대 김재근 부학장은 “과거엔 수시전형에서 내신이 좋지 않으면 1단계에서 바로 탈락시켰지만, 최근에는 수리논술과 면접의 단계별 점수를 취합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며 “특목고 학생들도 불리한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희대 수시전형 일반학생전형에서는 학생부 40%와 논술성적 60%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우선선발의 경우 논술 100%로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에 내신성적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수리논술 준비를 착실히 하면 역전할 수 있다. 일반학생 전형으로 합격한 문씨는 “개념정리가 충실한 수학·과학 문제집을 각각한 권씩 정해 반복해 풀면서 수리논술에 대비한 것이 유효했다”고 조언했다. 경희대 문화 홍보처 김세연씨는 1학년인 김군에게 “2010학년도부터 한의예과 모집인원의 30%를 인문계열 학생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틈새전략을 세워볼 필요도 있다”고 귀띔했다.

졸업 후 다양한 진로 선택 가능해

의대·한의대를 나오면 모두 의사·한의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정관념은 버리는 것이 좋다.

아주대 의대 졸업생 중에는 의학연구에 집중하는 과학자가 된 사람도 있고 제약회사에 취업한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의학전문기자로도 많이 활동한다. 한의대 외에 의대와 약대·치대·간호대 등 다양한 의학 관련 학과가 있는 경희대에서도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합쳐 새로운 연구를 하는 ‘동서신의학’ 분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이 졸업 후 다양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주대는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미국 뉴욕스토니브룩,플로리다대학, 이탈리아 다눈치오 대학, 일본게이오대학과 상호교류협정을 맺었다. 매년 재학생들을 이들 학교의 병원 실습과 교육에 참여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희대도 예과생을 대상으로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최첨단 연구들을 훌륭히 수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사진설명]1.조민형(가운데)씨가 아주대 의대 1일 대학생 양한솔(왼쪽)군·김윤아양과 함께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에서 유전자 증폭 실험을 하고 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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