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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주최 ‘한·러수교 20돌 기념 문학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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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일(현지 시간)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고리키문학대학 내 세계문학연구소 세미나실. 한·러 수교 20돌을 기념해 문학세미나가 열렸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개막 연설을 했다. “1990년 6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소련 수교를 위한 정상회담을 연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장에 저도 일행으로 동참했습니다. 넉 달 뒤 역사적인 수교가 이뤄졌죠.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니 감격스런 일입니다.”

이씨는 지난 세월을 가늠하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비교문학에서 문학적 우위를 가진 나라를 보통 발신인이라 말합니다. 또 문화적으로 후발로 밀려 선진화를 받아들이는 이를 수신인이라 칭하죠. 러시아문학은 한때 우리에게 좋은 발신인이었습니다. 한국 독자뿐 아니라 작가들도 러시아 문학에서 문학적 감동 이상의 친숙함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한·러수교 2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이문열과 함께하는 러시아문학기행이 3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이문열 작가(가운데), 이병률 시인(왼쪽), 정태언 박사가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걸으며 러시아문학과 한국문학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뒤로 보이는 건물은 성바실리 사원. [모스크바=김태성 기자]

이날 세미나는 ‘이문열과 함께하는 러시아문학기행’의 일환으로 열렸다. 한국에서 문학 애호가 50여 명이 동행했고, 러시아 현지에도 연구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본지가 주최한 행사다. 크로스컬처·씨티항공여행사·실크로드재단이 주관, 문화부와 대한항공이 후원했다. 정치·경제에 비해 교류가 적었던 예술, 특히 문학에서 양국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자는 취지다. 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고리키·체호프 등 20세기 세계문학의 가장 큰 젖샘이면서도 우리에게는 멀어 보였던 러시아 문학현장을 살펴본다는 의미가 있다. 톨스토이의 서거 100주년, 안톤 체호프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뜻도 있다.

행사는 양국 문화협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고영철 러시아 국립사회대학 한국어과 교수는 “우리 과에서 100여 명 학생이 한국어를 배운다”며 이번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모스크바에선 김소월의 시, 최인훈의 장편소설 『광장』, 고전소설 『홍길동』 『구운몽』 등이 번역돼 팔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 출판계가 선호하는 에세이 분야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요즘 러시아인이 동양에 관심이 많은 데다 지하철·버스에서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한국문학의 러시아 진출에 맞춤하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문열씨의 장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러시아어로 번역 중이어서 이타르타스통신 기자가 이씨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근대문학의 발신인과 수인인이었던 양국이 이제 동반자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미나에선 우솨코프 알렉산드로 세계문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의 ‘현대 러시아 문학의 동향과 비평’, 러시아 문학전문가인 정태언 박사의 ‘한국 근대문학에 끼친 러시아문학의 영향’, 김려춘 세계문학연구소 교수의 ‘한국문학 속의 톨스토이’ 등이 발표됐다. 정태언 박사는 김동인과 톨스토이, 염상섭과 도스토옙스키, 이효석과 체호프를 비교하며 문학의 보편성을 살폈다. 김려춘 교수는 러시아의 여러 박물관과 고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자료를 토대로 “톨스토이는 한국을 동양적 의미에서 대단히 발전한 문명국으로 본 반면 일제강점기 이토 히로부미는 무도한 정치가로 비판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문열과 함께하는 러시아문학기행’은 앞으로 톨스토이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의 무대인 보로지노 격전지, 체호프의 생가 등 러시아 문학현장 30여 곳을 찾아갈 예정이다.  

글=모스크바=정재숙 선임기자
사진=모스크바=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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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부악문원 대표
[現]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좌교수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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