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체들 "이 참에 배 사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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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상선은 16일 현대중공업에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9척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이중 4척은 한 척에 1억2935만달러에 달하는 초대형(86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나머지 5척은 한 척당 7865만달러인 중형(4700TEU급) 컨테이너선박이다. 한진해운도 지난 14일 현대중공업에 3척의 선박을 주문했고 지난해 STX그룹에 인수된 STX팬오션(옛 범양상선)도 지난달 2척의 석유운반선을 STX조선에 발주했다.

세계 각국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국내 해운업체들이 보유 선박을 늘리고 있다. 세계 해운 경기의 호황으로 늘어난 물동량를 소화할 선박이 모자라는 데다 경영 사정이 좋아진 요즘에 선박 투자를 하자는 전략이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운회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23조원으로 전년의 18조8000억원에 비해 5조 가까이 늘었다. 순이익의 경우 2003년 26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정부가 순이익을 기준으로 부과하던 법인세를 올해부터 선박 운송량에 따른 과세 방식인 '톤(t)세제'로 전환해 각 해운회사가 내야 할 법인세의 규모가 90% 이상 줄었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호황세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연평균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여 해운 물동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번쯤 경기 조정기를 거칠 수 있지만 중국 외에도 브라질이나 인도, 러시아 등 다른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빨라 해운경기의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해운사들이 앞다퉈 보유 선박을 늘리고 있어 2006년말경에는 배가 남아 돌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편 해운업체들은 2000년 이후 투자부담이 큰 새 선박 발주를 기피해 왔다. 당시 해운업체들은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다른 나라의 배를 빌려다 활용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50% 수준이었던 용선(빌려서 운용하는 배) 비율이 현재는 75%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용선료가 전년에 비해 70~80% 이상 치솟으면서 배를 빌리는 것도 부담이 됐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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